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코로나19 탓 잇단 결혼식 취소…“천재지변 아닌 사회재난, 위약금 받아야”
재난안전법 “감염병은 천재지변 아닌 사회재난”
최근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 ‘심각’으로 격상돼
곳곳서 ‘위약금 대란’…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
공정위 “관련부처 등과 논의해 기준 마련할 것”
23일 대구 시내 한 대형 결혼식장 주차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예약된 결혼식들이 취소돼 텅 비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2020년 2월 22일은 올해 길일 중 하나이기도 해서 꼭 하고 싶었지만 결혼식 때문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안 되니 취소하게 됐어요.” 대구에 사는 강모(23) 씨는 지난 22일로 예정됐던 결혼식을 하루 전인 지난 21일 취소했다. 그날은 정부가 대구·경북 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한 날이기도 하다. 강 씨는 “웨딩홀 위약금에 대한 아쉬움이 제일 크다”며 “한국소비자원·대구시청 측과도 통화해 봤지만 웨딩홀에서 양보해 주지 않는 한 해결 방법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Red)’으로 격상한 가운데, 결혼을 준비하던 예비 부부들의 결혼식 취소가 잇따르면서 ‘위약금’ 문제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25일 통계청의 ‘발생월별 혼인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계절상 봄이었던 3~5월 사이 혼인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8년의 경우 2월에 1만9008건에 불과했던 전국 혼인 건수는 3~5월 각각 2만2773건·2만610건·2만4996건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2월과 3월 사이 변동이 컸다. 날이 풀리는 봄이 들어오면서 결혼식이 늘어난다는 방증이다. 예정된 결혼식이 속속 취소되면 이러한 ‘코로나19 결혼식 취소 위약금’ 문제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결혼식 취소에 따르는 위약금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결혼 준비 카페의 한 이용자는 ‘4월에 예정된 예식을 코로나19로 강행할지 연기할지 고민이다. 식장에서 연기를 해 줄지 안해 줄지 모르고 위약금과 하객도 문제이고 정말 속상하다. 위약금이 더 늘어나기 전에 연기해야 하나’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지난 23일 한 이용자도 ‘3월 28일 결혼인데 취소하든 미루든 400만원 수수료가 있다고 해서 고민이다. 더 심해져서 천재지변으로 취소되길 바랄 수도 없고(속상하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서울 마포구의 한 예식장에서 ‘코로나(19)는 사회재난이지 천재지변은 아니다. 그러므로 계약금 반환은 이행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 글을 올렸했다. 다른 이용자들도 ‘다음달 서울의 다른 예식장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받았다’며 댓글을 달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식장 표준 약관에 따르면 이용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예약일시에 예식을 할 수 없는 경우 계약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사회재난’에 해당한다. 재난안전법은 태풍, 홍수, 한파, 지진 등과 같은 자연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서만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혼식 위약금’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코로나로 인한 결혼식 관련 대안정책 마련 부탁드립니다’란 청원글의 참여 인원은 청원 4일째인 이날 오전 10시 기준 4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청원인은 ‘뉴스만 틀면 추가 확진자 소식만 들려오고 있는 이때, 당장 주말마다 있는 결혼식 행사 때문에 예비 신랑신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집회 금지, 장병 휴가 면회 금지처럼 전국적으로 확진 및 지역 감염 차단을 위해 국가적으로 대책 마련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관련해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 분쟁 기준에 따르면 영화 및 비디오물 상영업을 제외한 공연업의 경우, 전염병 등 사유로 공연을 관람하지 못했을 때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하지만 결혼식과 같은 예식·외식 서비스업에 대해선 해당 기준이 없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자금까지 이런 사태가 없어서 그런지 감염병으로 인한 결혼식 취소와 같은 상황에 대한 소비자 분쟁 기준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선 저희도 기준이 없기 때문에 피해구제신청이나 조정신청 등의 단계를 밟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예식장 표준 약관에는 천재지변 같은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반환할 수 있는 조항들이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약관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관련 부처, 업계, 소비자 단체 등과 함께 사전 이해관계 조정 과정을 거치며 이런 특별한 상황 시 고통 분담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pooh@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