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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폴로11호’ 달착륙 이끈 천재수학자 타계…오바마 “평생의 노력 끝 한 별에 착륙” 애도
캐서린 존슨 101세로 생 마감
영화 ‘히든 피겨스’ 실제 주인공
흑인여성 차별ㆍ편견 깬 상징
손 계산, IBM컴퓨터보다 더 신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5년 11월 백악관에서 캐서린 존슨 NASA 수학자에게 ‘자유의 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101세로 타계한 존슨은 미국의 우주 분야 개척을 위한 수학 연구에서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데다 여성으로서 많은 차별을 극복해왔다는 점에서 더 추앙된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미국 우주선 아폴로11호의 달 착륙을 이끈 ‘천재 수학자’ 캐서린 존슨이 24일(현지시간) 101세로 타계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NACA(미국항공자문위원회·NASA의 전신)에서 1960년대 차별대우를 받으면서도 인간의 달 탐사를 가능케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워싱턴포스트(WP) 등이 그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있다.

존슨은 1953년 준(準)전문직으로 NACA에 입사했다. 백인 남성 위주의 상급자들의 복잡한 기계적 계산을 지원했다. 교사였던 모친과 농부인 부친 사이에서 1918년 태어난 존슨은 어려서부터 뭐든 숫자로 헤아리길 원했던 ‘천재’였기에 적성엔 맞는 일이었다.

직함은 ‘컴퓨터’였다. 주로 백인 여성이 뽑히는 업무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력이 달린 영향으로 존슨도 NACA의 ‘흑인 컴퓨터’로 발탁됐다.

1957년 소련이 스푸티니크호를 발사했을 때 존슨은 동료들과 600쪽에 달하는 리포트를 썼다. 우주비행의 수학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로켓 추진·궤도 진입 등을 망라했다. 존슨은 2008년 나사와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 “‘내게 맡겨달라. 언제 어디에 착륙하고 싶은지 말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존슨의 성과물은 엔지니어들이 언제 우주선을 발사해야 하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존슨이 손으로 한 계산은 IBM컴퓨터보다 더 신뢰를 얻었다. 미국인 최초로 지구궤도를 돈 우주비행사 출신 존 글랜 전 상원의원은 우주로 나아가기 직전, “그 소녀가 숫자를 점검하게 해달라”고 한 일화도 외신들은 소개했다.

그러나 차별은 엄존했다. 여성에다 흑인인 존슨에겐 더했다. 존슨의 연구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는 자리엔 남성들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상사가 말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못 간다고 돼 있는 법이라도 있나요”라고 해 상사도 수긍했다고 WP는 전했다. 존슨은 1992년 인터뷰에서 “이를 악물고 일해도, 보고서에 이름을 올릴 수 없던 때”라고 되짚었다. 당시엔 어떤 화장실을 써야 할지도 구분하던 때라고 AP는 적었다.

존슨은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숨겨진 인물들)의 실제 주인공이다.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이 우주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존슨에게 2015년 미국시민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인 ‘자유의 메달’를 수여함으로써 주목받자 뒷 얘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존슨의 타계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별에 닿기 위한 평생의 노력 끝에 오늘 캐서린 존슨이 그 별 중 한 곳에 착륙했다”며 “수 십 년간 숨겨진 인물로 살아오면서 장애물을 허물었고, 말년엔 나와 미셸(오바마)을 포함해 수 백만 명에게 영웅이 됐다”고 추모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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