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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은 무슨 빛깔일까? ‘먼 바다’로 돌아온 공지영

첫사랑은 마음 깊은 곳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입밖으로 나오는 순간, 아껴둔 특별한 기억은 뻔한 통속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돌연, 그런 생각도 든다. 그게 사랑이었나.

예민하고 까다로운 그 첫 사랑을 공지영이 소설로 썼다. 그의 열세 번째 소설이다. 놀라운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겨온 그 답게 거침없이 빠져들게 한다. 첫사랑의 어설픔은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마는데, 작가는 40년 전의 아픔과 그리움, 의문을 기어이 마주해 화해를 끌어낸다.

독문학과 교수인 미호는 동료교수들과 심포지엄 참석차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1년전, 우연히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닿은 첫사랑 요셉과의 재회를 계획한다. 요셉은 40여년 전 서울의 한 성당의 신학생이었고, 미호는 열일곱 여고생으로 성당 행사를 가던 춘천행 기차에서 첫 눈에 반했다. 미호는 신부로서의 요셉의 행로와 1980년 군부 독재에 짓밟힌 아버지의 삶 등 어린 여고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요셉의 고백을 거절하고 도망친다. 재회한 요셉은 미호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고, 심지어 자신의 기억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다.

뉴욕 자연사박물관과 9.11메모리얼 파크, 신군부 시절이 교차되면서 시간과 공간, 기억 너머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다.

작가는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영원으로부터 영원토록 부조리했다. 분노가 치밀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부조리에, 폭력과 음모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내 자리에서 모스부호를 타전하는 것뿐이었다.”고 ‘작가의 말’에 적었다.

먼 바다/공지영 지음/해냄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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