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수식어 필요없는 ‘1등 로펌’…국내 로펌의 ‘표준’
김영무·장수길 변호사 1973년 창립
자문 위주 ‘서구식 로펌’의 국내 시초
고도성장기 몸집키워 ‘공룡기업’ 성장
소속 변호사 1000명 육박·매출 1조…
업무 자율성·수평적 조직문화 특징
김영무 변호사

법조인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등록 변호사 3만명 시대가 열렸다.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은 대형로펌의 경우 연간 매출이 수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일반 송무는 물론 기업 자문까지 경제계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준법경영도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시장을 움직이는 로펌들’을 통해 국내 주요 로펌의 역사와 특징을 설명한다. 〈편집자 주〉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등 로펌’이다. 법조계에 큰 관심이 없어도 김앤장이라는 이름 세글자는 알 정도로 대형 로펌의 대명사가 됐다. 매출과 회사 규모, 영향력 면에서 압도적인 1위일 뿐만 아니라, 대형 로펌의 표준을 만든 변호사업계 역사이기도 하다.

‘김앤장(Kim&Chang)’의 김은 설립자인 김영무(78·사법시험 2회) 변호사다. 경기고-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차석으로 합격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1년 과정의 법학석사(LL.M.)가 아닌 하버드 로스쿨에서 3년 과정을 거쳐 법학박사(J.D.)를 취득했다. 우리나라 하버드 로스쿨 유학파 1호다. 김 변호사는 미국 로펌 ‘베이커 앤 맥켄지’에서 일한 뒤 국내로 돌아와 사무실을 차렸다. 판사 출신의 장수길(78·고등고시 16회)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1973년 ‘김앤장’이 설립됐다. 송무가 아닌 자문 위주의 서구식 로펌의 시초이기도 하다.

두 명의 변호사가 창립한 김앤장은 50여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로펌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10대 로펌으로 한정하더라도 매출액과 변호사 수에서 다른 곳을 월등히 압도한다. 김앤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960억원에 달한다. 19일 기준 김앤장에 소속된 국내변호사 806명이고, 외국변호사는 187명이다. 회계사 98명, 세무사 20명, 변리사 208명, 고문도 70명이 재직중이다.

김앤장은 판·검사 임용이 우선시되던 시절부터 사법연수원 성적이 가장 우수한 소수만 입사할 수 있는 로펌으로 꼽혔다. 김앤장의 인재영입 1호는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졸업한 정계성(69·사법연수원 6기) 변호사였다.

김앤장의 공동 설립자인 장수길 변호사가 판사를 그만두게 된 것은 ‘신민당사 농성사건’ 때문이었다. 유신시절에도 불구하고 시국사건에서 소신있기 무죄 판결한 게 문제였다. 재임용에 탈락한 장 변호사에게 김 변호사가 ‘서구식 로펌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면서 김앤장이 시작됐다. 마침 정계성 변호사는 학창시절 이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중 한 명이었다.

하버드 로스쿨 유학생 1호 김영무 변호사가 세운 서구식 로펌 김앤장의 영향은 국내 후발 주자들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신입 변호사가 4~5년 가량 경력을 쌓으면 회사 비용으로 유학을 보내고, 돌아와서 파트너급으로 성장하는 시스템을 처음 시작한 것도 김앤장이다. 높은 급여와 함께 유학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는 원동력이 됐다.

김앤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함께 큰 로펌이다. 7~80년대는 외국에서 차관이 우리나라에 유입되는 시기였고, 국제 감각을 갖춘 수요가 증가했다. 김앤장은 1970년대 후반 씨티은행 고정적으로 자문을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체이스 맨해튼,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도쿄은행도 김앤장의 문을 두드렸다.

김앤장은 조직 문화가 수평적인 곳으로 평가받는다. 상하관계가 상대적으로 뚜렷한 법조계에서 드물게 업무처리 과정에서 자율성이 보장되는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문화와는 별개로 회사가 창립자인 김영무 변호사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유지되고 있는 특색도 가지고 있다. 창립자들이 은퇴하고, 파트너들의 지분 분배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다른 대형로펌과는 다른 면이다. 법무법인이 아닌 법률사무소로 운영되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앤장의 구심점인 김 변호사가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1인 리더십’을 극복하는 게 향후 김앤장의 과제로 꼽힌다.

좌영길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