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아파트·열악한 인터넷…업무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가 이어지면서 홍콩 직장인들이 일과 함께 가정의 평화도 함께 지켜야 하는 이중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은 지난달부터 대부분의 직장이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다. 휴교령도 내려졌다.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홍콩의 주거환경이 재택근무를 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집은 매우 좁고 인터넷은 사무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다. 필요한 장비를 사무실만큼 충분히 구비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재택근무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 홍콩의 한 직장인은 온라인 화상회의 도중 끊임없이 놀아달라고 보채는 4살 된 쌍둥이 때문에 난처함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영리단체 홍콩디자인센터의 에드먼드 리 전무는 “홍콩의 많은 아파트들은 매우 작아 가족들이 종일 모두 모여 있다면 생활이 쉽지 않다”면서 “이번 재택근무는 유연근무제가 실제 가능한지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라고 말했다.
가사와 육아 부담도 날로 가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가정의 11%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다. 대부분 필리핀에서 온 이주여성이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이 비율이 43%로 올라간다. 가사도우미들의 월급은 최소 4630홍콩달러(약 7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많은 홍콩 여성들이 육아와 가사를 이들에게 맡기고 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중국 본토는 물론 홍콩과 마카오로 자국민이 출국하는 것을 막았다. 긴 춘절 연휴 동안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향으로 휴가 보낸 홍콩 주민들과 새로운 가사도우미가 필요한 사람들은 당장 일손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주여성 자선단체 베튠하우스 이주여성쉼터의 에드위나 안토니오-산토요 전무이사는 “(필리핀 이주여성은) 홍콩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며 “이들 없이는 어린이와 노인을 돌볼 사람도, 집안일을 할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