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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유재국과 김창호

토요일이었던 지난 15일. 서울 한강경찰대 소속 수상구조요원이었던 유재국 경사는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 차를 버리고 투신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한강에 입수했다. 그날 서울의 최고기온이 10도를 훌쩍 넘은 따뜻한 날씨였지만, 여전히 겨울이어서 강물은 차가웠다. 더욱이 한강은 거센 물살에 혼탁한 흙탕물까지 더해져 시야가 좋지 않은 등 실종자를 수색하기 몹시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그날 첫 번째 잠수에서 유 경사는 실종자를 찾지 못한 채 강변으로 올라왔다. 산소통에 물속에서 30분가량 견딜 수 있는 산소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주저없이 다시 잠수복을 입고 산소통을 맨 채 차가운 강물에 몸을 던졌다. “실종자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생각해 다시 한 번 살펴보자”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시야가 흐려 실종자 수색에 애를 먹던 유 경사는 그만 교각 틈새에 몸이 끼어 버렸다. 유 경사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탈피하려고 애썼을 것이다. 역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 30여분 뒤 그는 의식을 잃은 채 119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유 경사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지막 임무까지도 실종자의 가족을 생각했던 유 경사는 그렇게 세상과, 자신의 가족과 이별했다. 아내의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지 못한 채로 말이다. 경찰은 순직한 유 경사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 유 경위에 대한 영결식은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국립경찰병원에서 열렸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공복(公僕)이었던 유 경위의 영면이었다.

유 경위가 세상을 떠나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마지막 책무는 무엇이었을까. 자신보다 타인의 가족의 행복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굳이 사자성어로 풀이하자면 선공후사(先公後私)일 것이다.

4년 전에도 그렇게 남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경찰관이 있었다. 2016년 10월 19일 사제총기범이 쏜 총탄에 숨진 김창호 경위가 그러했다. 그날 오후 6시30분께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폭행이 발생했다”, “총소리가 들렸다”는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다.

당시 서울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이었던 김 경위는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 먼저 나서 범인이 숨어 있던 풀숲으로 다가갔다가 어깨 뒤쪽에 총탄을 맞고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정년까지 불과 6년 남았던 김 경위의 마지막이었다. 당시 아들도 의경이었던 경찰 가족이어서, 그의 순직은 더욱 안타까웠다. 이후 1계급 승진 추서된 김 경감이 살신성인(殺身成仁)하며 지키고자 했던 것은 자신보다 시민의 안녕이었을 것이다.

과거보다 줄었다지만 ‘안타까운 희생’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정인화 무소속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3년간 범인에게 공격을 받거나 교통사고 등으로 공상을 입거나 순직한 경찰공무원은 각각 5198명, 45명이나 됐다. 그들의 희생이 있기에 오늘도 안전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대부분 잊고 지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어서 더 가슴 아프다. 유 경위와 김 경감의 명복을 빈다.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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