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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이낙연-황교안 종로전쟁, ‘사랑의 불시착’과 묘하게 닮은 점
종로라는 곳에서 불시착한 이들의 표심 대결
이낙연 미래일꾼 vs 황교안 정권심판론 대립
드라마처럼 종로 역시 최고의 시청률 찍을 듯
모두 행복할 순 없어…둘 중 하나는 치명타
현빈-손예진과 같은 해피엔딩은 한사람 몫
‘사랑의 불시착’으로 본 종로전투 코드읽기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미지. [사랑의 불시착 홈페이지 화면]

선발주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후발주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종로 총선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종로의 미래를 책임질 일꾼(이낙연)을 찍어달라”고, 황 대표는 “문재인정권을 심판할 이(황교안)를 뽑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미 종로 선거전 스타트를 끊은 두 사람은 최근들어 종로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선거운동을 전개 중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총리는 지난 17일 종로를 찾았는데 장소가 이색적이었다. 그가 방문한 곳은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터널 입구에 있는 계단이었다. 이 계단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곳이다. 기택(송강호) 가족이 부잣집에서 부리나케 도망치듯 나와 비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이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 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는 문제와 그럴경우 해결해야 할 주차공간 문제에 대해 주민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기생충’과 관광사업 활성화를 연계한 주민의견의 청취도 이뤄졌다. 이 전 총리는 앞서 일요일인 16일에는 새문안교회 등 종로 지역 교회 3곳의 예배에 참석한 뒤 지역주민들과 만나는 등의 바쁜 일정도 소화했다.

이러는 사이 황 대표는 ‘보수 통합’이라는 성과물을 얻어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전진당)을 비롯한 보수통합 세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출범식을 가졌다. 하나의 당으로서의 새 출발을 선포한 것이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마음을 모았으니 이제 하나의 목표, 정권심판의 고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고 했다. 출범을 한 미래통합당이 총선용 급조 정당이 아니라 보수통합의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당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출발음은 올린 것이다. 이날은 통합 모드에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어 종로를 찾지는 못했지만, 황 대표의 종로 선거전 역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6일 종로구 익선동의 떡집·아귀찜 거리를 돌면서 주민들과 스킨십을 가졌다. 황 대표는 “도저히 힘들어서 살지 못하겠다” 등의 일부 주민들의 말에 “꼭 종로 경제를 살려내겠다”, “종로를 살릴 사람이 누구인지 선입견 없이 판단해달라”며 한표를 호소했다.

두 사람이 이처럼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다른 색깔의 선거운동 행보를 보이면서 대한민국 정치1번지 총선 전쟁은 더욱 달궈지고 있다.

4·15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7일 오전 낙후지역 관광지 개발 방안 관련 현장방문을 위해 서울 종로구 부암동을 찾은 뒤 영화 ‘기생충’의 촬영지인 자하문터널 입구 계단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사실 이 전 총리가 일찌감치 종로 출마에 뛰어들고, 황 대표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뒤늦게 종로 선거판에 나서자 세간의 예측은 “황 대표가 너무 늦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황 대표가 추격하기에는 버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8개월째 대선주자 선호도 면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전 총리와 여전히 2위인 황 대표의 간극은 종로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민주당이 잦은 실책을 범하고, 총선을 앞두고 중도 표심에서 변화가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황 대표 측에선 “한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물론 이 전 총리 측에선 종로 승리를 장담하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봤다. 최종회였다. 사실 이 드라마는 처음엔 너무도 허무맹랑하게 느껴져 보지 않았다. 북한군 장교와 대한민국 재벌 상속녀의 사랑 얘기라니? 과연 이게 말이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두번 볼수록 재미가 있었다. 물론 사심이 끼었다. 기자는 손예진의 팬이다. 배우 손예진의 ‘방부제 미모’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는 ‘천(千)의 얼굴’을 가졌다. 배우로서 능력이 훌륭한 손예진은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선수’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기자는 숱하게 울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사견이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출연하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그래서 열혈 시청하게 된 것이다. 최종회는 감동적이었다.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과 재벌 사업가 윤세리(손예진)의 스위스 해피엔딩은 또다시 눈물샘을 한없이 건드렸다. 최종회가 끝난뒤 먹먹했다. 감동의 여운을 즐겼다. 그런데 갑자기 앞서 잠시 시청한 종편 채널이 떠올랐다. 종편 채널에선 ‘이낙연 대 황교안’의 종로 대결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었다. 묘하게 ‘사랑의 불시착’과 종로 선거전쟁이 오버랩된 것이다. 아, 공통점이 있다. 사랑의 불시착과 종로 총선 대결이 묘하게 닮은 점이 많은 것이다.

다음날 기사를 보니 ‘사랑의 불시착’ 최종회가 시청률 21.7%를 찍으며, tvN 드라마 역대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공유 신드롬’을 일으켰던 ‘도깨비’(20.5%)의 시청률 기록을 깼다고 하니 이 드라마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기자 역시 한사람으로 시청률에 일조했다는 게 뿌듯했다.

종로 선거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정치1번지 선거는 총선의 대표얼굴이다. 정치1번지의 승패는 총선의 양상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당연히 총선이 다가올수록 종로 선거판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종로 선거는 올해 총선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다. 이낙연이 웃을 것인가, 황교안이 웃을 것인가에 많은 시청자들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시청률 전쟁의 최전선에 위치할 종로 선거는 ‘사랑의 불시착’과 같은 운명을 지녔다고 할 것이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

종로 선거는 또 외면할래야 외면할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종로에서의 승리는 향후 각 정당의 헤게모니와 정국 투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사랑의 불시착’도 그랬다. 앞서 기자의 개인적 생각을 밝혔지만, 북한군 장교와 대한민국 재벌 상속녀의 사랑이라는 주제가 일부 사람들에겐 거북하고도 허무맹랑하며 비상식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처음엔 그래서 비판 여론도 일었다. 심드렁한 반응이 많았던 것이다.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모 장관은 그래서 ‘사랑의 불시착을 보느냐’는 질문에 “한번 봤는데, 북한 장교와 사랑에 빠지는 재벌 상속녀 스토리라 (그 내용이 뻔해)보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영 횟수가 늘면서 남북관계 속의 이념보다는 보편적인 사랑에 대한 얘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랑의 불시착 신드롬’이 일었던 것이다. 매번 선거판에서 벌어지는 ‘종로 전쟁’이라는 단어에 식상함을 느끼는 국민도 많겠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종로’ 이슈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최소한 선거판에서 가지는 ‘종로’의 의미 때문일 것이다. 종로 민심이 아무리 변화무쌍하다고 해도, 종로가 지닌 보편적인 ‘선거 마담’ 역할을 감안하면 그 폭발성은 간단치 않다는 의미다.

사랑의 불시착과 종로 선거의 또다른 공통점은 모두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소 억지 같지만, 사랑의 불시착에서 주연배우인 리정혁(현빈)-윤세리(손예진) 커플은 결국 웃었지만, 주연배우 못잖았던 구승준(김정현)-서단(서지혜) 커플은 구승준의 죽음으로 행복을 얻지는 못했다.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수 있지만, 이것은 어쩌면 세상 이치다.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는 우는 법이다. 그래서 종로 선거를 ‘종로 드라마’라고 여겨본다면, 주연배우인 이낙연이 웃을지, 황교안이 웃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것이다. 둘 중 하나는 눈물을 머금고 큰 상처를 안을 것은 분명하다.

예정된 코스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사실 사랑의 불시착의 최종역은 ‘스위스’라는 것을 모든 시청자들은 알고 있었다. 분단의 남북관계 속에서 그나마 사랑이 이뤄질 수 있다면 그곳은 중립국인 스위스 임은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리정혁과 윤세리의 ‘사랑 완성’ 마침표를 선택한 작가의 덕분이지만, 둘이서 스위스에서 알콩달콩 살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시청자 게시판에 도배돼 있었다.

그렇다면 종로 전쟁의 예정된 코스는 뭘까. 4월15일 총선이 끝나면 한 사람은 곧바로 대권주자 반열로 더욱더 신분상승을 할 것이고, 다른 한사람은 소리소문없이 정가에서 사라지거나 아니면 다시 죽어라고 실패를 만회하는 노력을 해야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나 황 대표 둘다 ‘스위스의 행복’을 누리진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하긴 어차피 인생은 불시착이다. 예정된 곳에만 정상착륙하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종로에 불시착한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아예 종로에서 ‘안착’하려 사생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종로의 스윙보터(swing voter·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들은 과연 누구를 택할 것인가. 종로판 사랑의 불시착 최종역에 굳건히 남아 있을 이는 누군가. 정말 궁금하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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