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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크루즈선 한국인 이송, 방침과 시도만으로도 의미

정부가 12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격리된 크루즈선 프린세스호에 탑승한 한국인들의 이송 필요성을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한 것은 너무나 아쉽다. 말이 그렇지 내용으로는 “이송계획이 없다”는 의미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감염병은 해당 지역에서 통제와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중국에선 왜 교민을 데려오나. 때마침 12일은 중국 우한으로부터 전세기를 통해 벌써 세 번째로 교민과 중국인 가족 147명이 국내로 들어온 날이다.

일본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지만 역부족이긴 중국과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검사능력이 하루 최대 300건이고 얼마 후 1000명 정도로 늘어난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공식 발언이다. 3700여명의 탑승자 중 3000명이나 아직 감염 검사조차 받지못한 건 그래서다. 그런데도 확진자가 170명을 넘는다. 게다가 일본 당국은 지상 격리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프린세스호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오죽하면 일본에서도 비난의 소리가 나올 정도다. 좁은 선내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현지 영사가 직간접적으로 선내 한국인 탑승자들과 접촉한 결과 확진자도 없는 등 급박한 위험상황은 아니며 무엇보다 이송요청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불안감에 구출을 호소하는 외국인 승무원들의 인터뷰가 한둘이 아니다. 혹시 우리 정부가 듣고 싶은 얘기만 들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이유다. 일본 정부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걸 전제로 대화했다면 우리 좀 데려가 달라는 요청이 쉽겠는가. 입장 바꿔 탑승자 누군들 그 바이러스 감옥에서 나오고 싶지 않겠는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송방침을 정하고 실행에 나서야 한다. 결과가 어떻게 되는 시도 자체만으로 의미는 충분하다. 이송 이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감염 전파 위험은 충분히 통제될 수 있다. 이미 수백명의 우한 귀국 교민들의 사례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확진 후 완치판정이 속속 나올 정도로 코로나19는 충분히 완치 가능한 감염병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잘못된 이미지 개선의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적으로 배려한다는 신뢰를 만들 수 있다. 안그래도 중국엔 무조건 우호적이고 일본엔 무조건 배타적이라는 비난을 받는 게 우리 정부다. 게다가 지금 한일관계는 여전히 냉전 중이다. 일본과의 외교적인 협의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재외국민을 구출한다면 그보다 명분 좋은 일은 없다. 말려도 해야 할 일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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