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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금융소비자법의 성공, 시행령이 관건이다.

김선정(동국대 법대 교수)

정부가 2003년 제정계획을 밝혔던 통합소비자보호법이 이르면 이달 말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안 5건과 정부안 1건 등 6개의 금융소비자보호법안이 국회 정무위 대안으로 통합·조정되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여야가 이미 합의한 법안인 만큼 법사위 통과 후 국회 본회의 처리가 유력하다.

발의된 6개 법률안의 명칭과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입법이유는 별 차이가 없다.‘누가 파느냐’ 보다 ‘무엇을 파느냐’가 규제기준이다.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으로 규제공백과 규제차익을 없애는 게 목표이다. 그런데 입법취지를 법안에 담아내는 데는 미흡하였다. 시행령에 너무 많이 미루고 있다.

예컨대 위법계약 해지제도를 보자. 금융회사가 적합성원칙 등 영업행위준수사항 5개 중 하나를 위반하면 고객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왜곡된 계약을 끌고 가는 것이 무리라는 게 입법취지이다. 그러나 해지권은 계속적 계약관계에서 그 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가 깨져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인정하는 권리이다. 계약체결시의 문제점은 청약철회로 해결하고 손해가 있다면 배상청구하면 된다. 해지권을 청약철회권의 연장으로 볼 일도 아니다.

법안이 위법성 판단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고객의 해지청구에 금융회사가 응하지 않을 경우 고객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점에서 해지권 행사요건은 법에서 정해야 했다. 인과관계 여부와 증명책임의 소재도 불명확하다. 나아가 적정성원칙 위반은 보장성계약 거래에서도 위법사유로 되어있는데, 외국에서는 이 원칙을 보험거래에 요구하지 않는다. 시행령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모든 금융상품이 해지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문제이다. 금융·보험학과라는 대학 학과 명칭에서 보듯이 금융의 범주 자체가 모호하다. 변액보험처럼 고객보호의 필요성과 정도는 상품에 따라 다르다. 그 대부분이 보장성상품인 보험상품은 상법에 따라 계약자가 보험사고 발생 전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빠져 나갈 방법이 있는 셈이다. 해지시까지 보험보호를 받았으므로 해지환급금이 적다는 점을 고객의 손해로 볼 수도 없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상법은 계약취소권을, 약관법은 불편입을 인정한다. 보험업법은 청약철회를 인정한다. 모집종사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었다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손해배상금은 경우에 따라서는 고객이 낸 보험료의 몇 백배에 달하는 보험금인 경우도 있다. 해지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적다는 것이다.

5년 이내라는 해지기간은 너무 장기이며 모호하기까지 하다. 금융회사가 해지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도 명확하지 않아서 다툼이 예상되며, 해지권의 남용을 막을 장치에 대한 고민도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시행령을 잘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업권의 어떤 상품이 동일규제를 받을 동일기능인지를 충분히 살펴야 한다. 이는 법안들이 영업행위 준수사항을 금융상품의 유형 및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의 업종에 따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과 같다.

금소법은 규제공백 및 규제차익을 해소하면 된다. 규제중복과 불합리한 규제불이익 상황을 피할 제대로 된 시행령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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