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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종로 막차’ 탄 황교안, 점수 까먹고 들어간 험난한 정치1번지行
좌고우면 한뒤 출마 선언에 일각선 “실기” 평가
앞서 출사표 던진 이낙연 따라잡기 부담스러워
“문재인정권 심판론 불붙이면 선전가능” 분석도
암튼 빅매치는 성사…이정현 성적표도 시선쏠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종로 출마의 막차’에 탑승했다. 종로 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한 이낙연 전 총리와 뒤이어 출사표를 던진 이정현 무소속 의원에 이어 종로행 뒷차에 오른 것이다. 아직 종로 출마 구도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기에 더 많은 인사가 출사할 것으로 보여 종로 선거판은 ‘정치1번지’답게 총선 최대 격전지로 요동치게 됐다.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8개월째 1위를 달리고 있는 여권의 기대주 이 전 총리와 선호도 2위이자 제1야당의 수장인 황 대표가 ‘종로의 링’에 오르는만큼 이번 총선의 최대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황 대표는 종로 출마를 선언하기 까지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낙연이라는 거물이 포진한 상태에서 승리에 자신감이 없어 눈치만 보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는 그래서 뒤따랐다. 혹자는 이런 황 대표를 두고 “옛말에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만도 못하다”고까지 혹평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온갖 비판이 뒤따랐다. 앞서 한달전 황 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험지 출마’도 마다않겠다고 했다. 그런 그가 이 전 총리가 종로를 향한 출사표를 내놓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황 대표가 종로 외 승리가 보장된 지역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과 아예 불출마를 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장 험지 출마를 종용받은 자유한국당 중진들의 반발이 심했다. “우리에겐 험지로 나가라고 하면서 대표라는 사람은 안전지대를 찾아 숨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렇게 되면 총선이 제대로 치러지겠는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진들 뿐만 아니었다. 초선이고 재선이고 한국당 의원들은 “대표가 꼬리를 내리면 총선에서 어떻게 싸우라는 말인가. 전의를 상실한 대표 장수 아래에서 용감한 병장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며 황 대표의 종로 출마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7일 오전까지만 해도 황 대표 측은 숙고 또 숙고한다고 했다. 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 내지 모종의 결단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황 대표는 장고를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당초 공관위가 7일 회의에서 황 대표의 출마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오는 10일로 연기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황 대표가 여전히 결정을 못하고 ‘비(非)험지’를 기웃거리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한국당 당내 혼란은 가중됐다.

한국당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접는다면 불출마가 유일한 답일 것”이라며 “이것마저 타이밍을 놓치면 황 대표는 우스운 사람이 될 것이며 한국당의 힘(총선 결집력)은 급속도로 빠질 것”으로 봤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 일각에선 ‘황교안 옹호론’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황교안 종로 출마’ 압박 자체가 여권이 짜놓은 프레임에 휘둘리는 꼴이니 이에 동조해선 안된다는 논리였다. 어찌됐든 다만 이는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기자는 이때쯤 황 대표 관련 기사를 스크린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황 대표를 조롱하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비겁자’, ‘겁쟁이’라는 극단적 용어도 적지 않았다. 그중 댓글 하나가 눈길을 끌었는데, 그 내용은 이랬다. “황, 종로버스 이미 떠났다”. 죽기를 각오하고 종로에 일찌감치 승부수를 던졌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판에 여기저기 눈치만 보고 있으니 어차피 ’버스는 떠난 셈‘이라는 뜻으로 읽혀졌다.

오후 들어 상황은 바뀌었다. 황 대표가 장고를 끝냈으며, 4·15 총선에서 종로 출마의 뜻을 밝힐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4·15 총선에서 종로에서 맞붙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왼쪽)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연합]

황 대표는 결국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종로 출사표를 통해 “종로를 반드시 정권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종로에서 출마함으로써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고 문재인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파헤쳐 민심을 얻겠다는 뜻이다. 황 대표는 구체적으로 “문재인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도 했다.

황 대표는 ’황소론‘을 끄집어들었다. 그는 “저는 지금 천 길 낭떠러지 앞에 선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으며, 결정 과정은 신중했지만 한번 결정된 이상 황소처럼 끝까지 나아가겠다.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했다. 우직하게 승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자기 다짐으로 읽혀졌다.

‘종로 출마’를 압박해왔던 공관위는 이런 황 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공관위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을 환영하고 존중한다”며 “100만 10월 항쟁의 진원지 종로에서 위대한 국민의 애국심과 저항정신을 받들어 21대 총선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황 대표의 운신 방향이 정해진만큼 한국당 총선 공천 작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앞서 황 대표의 종로행이 결정되지 못하면서 한국당 공천 작업은 난항을 겪어왔다. 김 위원장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공관위는 앞으로 혁신공천, 이기는 공천을 위해 온 힘을 다 쏟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눈치보기를 하긴 했지만 종로행을 결심한만큼 공관위가 조만간 중량급 인사들의 험지 출마를 종용하는 쪽으로 긴박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홍준표 전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 현재 지역구가 미정상태인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수도권 험지로 차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미리 출마 둥지를 튼 이 전 총리의 반응이었다. 이 전 총리는 황 대표의 종로 출마를 은근히 원하는 발언을 해왔다. 선의의 경쟁을 바란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내놨었고, 이에 이 전 총리가 대단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언론들은 해석했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 직후의 이 전 총리 반응은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 전 총리는 황 대표가 종로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국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

이로써 ‘이낙연 vs 황교안’이라는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두 거물의 종로 빅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그동안 좌고우면해온 황 대표에 대해 냉정한 시각과 함께 낮은 점수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해 기선제압을 했어도 모자랄판에 뒤늦게 종로에 뛰어든 것은 승산을 깎아먹은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다른 건 몰라도 씨름으로 따지면 초반 ‘샅바싸움’에선 황 대표가 체력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확연히 밀렸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견해도 있다. 황 대표가 머뭇거리긴 했지만 보수 야당의 대표간판인 만큼 황 대표가 종로 무대에 섰다는 자체에서 흥행은 보장됐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가 현재 굳건한 성벽을 구축하고 있긴 하지만, 선거판에 위력적인 키워드가 돼왔던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장렬한 전사를 불사하는 투쟁력을 보여준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황 대표로선 종로에서 이 전 총리에 초반전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선제압을 당한 것은 분명하기에 앞으로 이를 만회할 전투력과 사생결단의 배짱을 유권자에 더욱 각인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는 게 종로 전쟁의 하나의 예상도다.

아 참, 지난 5일 기자는 앞서 종로 출마 선언을 한 이정현 의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종로 출마를 했다는 기사(네이버 5일자 기사 참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16&aid=0001631781)를 썼는데, 그것을 보고 그가 전화를 한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잘될 것 같아요?”라고 하자 그는 “가능성이 제로(0)라고 해도 할수 있는 한 힘껏 해봐야지요”라고 한다. 결연한 표정이 한눈에 그려지는 말이었다. 이 의원은 또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오늘 (종로) 마을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조계사도 갔고요”. 그러고보니 최소한 이 의원은 종로행 버스는 미리 탄 셈이다.

황 대표는 이런 점에서 보면 종로 버스를 늦게 탔다. 앞에 언급한 댓글의 주인공은 “버스가 떠났다”고 했지만, 객관적으로 굳이 말하자면 막차 버스를 타기는 했다. 뒤늦게라도 탑승한 그 버스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황 대표로선 위안일 것이다. 모든 것은 황 대표의 손에 달렸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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