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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반도체’ ESS, 정부에 발목잡혔다
시장 불신 가중 우려…“국내 ESS 사업 끝났다” 한숨
글로벌 배터리시장 60% 차지…신뢰 하락 치명타
中등 해외 경쟁업체에 추격 빌미 제공 가능성도

[헤럴드경제 유재훈·김현일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 분석 결과가 ‘배터리 이상’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화재로 시장의 사고 불안감이 증폭되며 국내 ESS시장이 사실상 올스톱된 데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안전성 논란이 가중될 경우 관련 업체들에 미칠 타격 때문이다.

ESS 2차 조사단의 사고원인 결과 발표 이후 ESS 업계에선 “이제 국내 사업은 끝난 것 아니냐”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ESS시장은 사실상 올스톱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정부의 가동 규제와 지원 축소 방침에 화재사고까지 겹치며 신규 ESS사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배터리는 물론 PCS(전력변환장치), EMS(운영·관리 소프트웨어) 등 ESS산업 관련업체들이 국내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몰두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ESS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와 LG화학의 국내 ESS배터리 국내 매출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실제로 배터리 생산업체인 LG화학은 최근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ESS사업은 국내에서 단기적으로 키우기 어려워 해외 시장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국내 사업의 기대감을 접었다.

국내 한 ESS사이트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모습. [연합]

업계에선 ESS 2차 조사단이 사고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규정하면서 이제 국내 사업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까지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글로벌 ESS 시장은 사실상 한국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기준 글로벌 ESS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삼성SDI(33.8%)와 LG화학(24.6%)이 전체 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파나소닉, 중국의 BYD·CATL이 상위 5위권내에 있지만, 이들의 점유율은 모두 합해 1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번 ESS 2차 조사결과 발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품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다면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내업체들은 또 이번 결과 발표가 배터리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추격에 빌미가 될 것이라고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잠식한 중국업체들은 이제 ESS를 비롯한 ‘2차전지’ 시장 공략에 온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중국 CATL은 글로벌 최대 ESS시장 한 곳인 미국에서 가정용 ESS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CALT은 향후 미국내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장에 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국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 중국 배터리업체인 BYD는 국내 ESS 화재 사고의 빈틈을 노리고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2차 조사위 발표로 인해 국내 ESS산업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차 때와 달라진 조사결과로 시장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며 “국내 배터리 품질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김 센터장은 이어 “현재 국내 ESS 시장에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고, 피크저감용 수요도 감소해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내다봤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화재 사고 이후 이미 운영비용이 증가했고, 설치 조건도 강화돼 이미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ESS 선호도도 하락한 상황”이라며 올해 국내 ESS 수요 감소가 계속될 것으로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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