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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측과 분노가 점령한 송파 헬리오시티…강남3구 첫 확진자에 ‘패닉’
신종 코로나 관련 주민마다 모두 다른 단지·동 지목
추측성 정보 확산되면서 분노까지 격화되는 모양새
주변 학교·유치원·어린이집·학원 속속 휴업에 돌입
7일 텅빈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커뮤니티 센터의 모습. 지난 6일 오후 긴급 운영 중단됐다. 홍승희 수습기자/hss@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주소현·홍승희 수습기자] “무서워 죽겠네. 확진자가 ○단지 살고 ◇◇사 과장이라지?” “아냐, 내가 듣기론 □단지 △△△동 산다는데?” 7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중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19번째 환자) 발생 소식이 전해진 송파구 헬리오시티. 가락, 해누리 등 인근 초등학교 4곳의 휴업 소식과 함께 날아든 공포감은 ‘미니 신도시’라 불릴 정도로 거대한 단지 규모가 무색할 만큼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공포는 추측과 소문을 불렀고, 진위가 파악되지 않은 정보는 입에서 입으로 번져나가며 분노로 덩치를 불려 다시 태어났다.

총 9510세대·84개동. 국내 최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손꼽히는 송파 헬리오시티가 억측과 분노로 물들고 있다.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같은 공동 편의시설의 규모가 크고 인접한 교육시설도 다수인 만큼, 나와 내 자녀가 언제 어디서 확진자와 마주쳤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의 발로다.

이날 단지에서 만난 거주민들의 관심은 19번째 확진자의 거주지와 직장에 집중돼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거주민 A 씨는 “확진자가 ○단지에 산다는 소문을 이웃에게 들었는데 왜 이렇게 (병을)옮기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상가 직원 최모(42) 씨 역시 “듣기로는 △단지 거주민이 감염됐다고 한다”며 “(이곳은) 어린이들이 잘 찾지 않는 매장이라 다행”이라고 했다. 다른 거주민 B 씨 역시 “확진자가 □단지에 산다고 한다”며 조심스레 소문을 전했다. 이들이 말한 단지와 동의 호수는 모두 다른 곳이었다. 그만큼 확인되지 않은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7일 서울시 송파구 가락초등학교의 전경. 이 학교는 지난 6일 오전 긴급 휴교했다. 주소현 수습기자/addressh@heraldcorp.com

소문은 다시 분노로 이어졌다. 사태 수습 이후 지역사회 관계 경색까지 우려되는 지점이다. “지역 확산이 그렇게 무섭다는데 왜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을 바로 집에 들여보내느냐”는 황모(61) 씨의 말에 맥락이 분노의 맥락이 담겨 있다. 그는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가족도 못 만나게 해야 한다. 외국인의 입국도 제한해야 한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다른 거주민 박모(77) 씨 역시 “자기 몸은 자기가 잘 관리해야지 근처에 옮기면 어쩌란 말이냐”고 했다. 이날 오전 기준 19번째 확진자의 동선이나, 자발적인 방역 노력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분노가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6일 인근 10개 초등학교(가락·가원·거여·거원·남천·마천·석촌·중대·영풍·해누리)의 휴교를 결정한 데 이어, 19번째 확진자의 동선을 따라 추가 방역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송파구 내 일부 학원도 휴원한다는 공지를 학부모들에게 전달했고,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19번째 확진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함께 참석했던 말레이시아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통보를 받고 관할 보건소로 연락해 지난 4일부터 자가 격리를 시행 중이었다. 지난 5일 양성으로 확인돼 현재 서울의료원에 격리 조치됐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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