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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역할 있지만…우선순위는 연주자의 삶”
‘클래식계 팔방미인’ 손열음
피아니스트·칼럼니스트·기획자…
2020 대관령겨울음악제 예술감독
9일부터 17일간 축제 진두지휘
“가요도 좋아해…자이언티·장기하 팬”

손열음(34)을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피아니스트이면서 칼럼니스트이고, 기획자이기도 하다. 독일 하노버에 거주하는 그는 유럽을 넘나 들고,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여러 자아의 옷을 입는다.

최근 몇 년 손열음의 이름 뒤에는 ‘예술감독’이라는 직함이 따라왔다. 2016년 부예술감독을 거쳐, 2018년부터 대관령음악제를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시작된 대관령음악제는 강효 미국줄리아드음대 교수, 정명화 정경화 자매가 이끌어왔다. 매해 여름 열리던 이 음악제는 2016년부터 겨울 음악제도 시작했다.

한 음악제를 이끌어가는 수장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손열음은 예술감독으로의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했다고 고백했다. 해외 일정도 많은 데다, 쉬운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이 음악제가 지켜온 독특한 역할, 그것을 계속 뿌리 내리고 싶다는 소명의식으로 결국 승낙하게 된 것 같아요.”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일대에서 열리는 대관령겨울음악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로 기획됐다. 2016년 시작 당시엔 3일간 열렸으나, 올해에는 17일간 18회의 공연을 갖는다.

손 감독은 이번 음악제를 네 가지의 큰 스토리라인으로 기획했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 ‘그 사이 어딘가에’, ‘평화의 멜로디’, ‘겨울에는, 겨울 나그네’가 그것. 이번 음악제의 두드러진 차별점은 ‘장르 혼합형’ 축제라는 점이다. ‘그 사이 어딘가에’라는 주제의식으로 설정되기도 했다.

“이 시대의 음악과 음악가들은 클래식, 재즈 등 하나의 장르로 카테고리화 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이번 겨울음악제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담을 수 없는, 말 그대로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음악과 음악가들을 모아봤어요. ‘혼합’이라는 단어보다는 ‘창조’가, ‘크로스오버’ 혹은 ‘장르결합형’ 보다는 ‘멀티장르’라는 단어가 적합한 음악과 음악가들이에요.”

손 감독이 선택한 음악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를 구축한 연주자들이다. 그 중 한 팀은 쥘 아팝이 결성한 ‘컬러스 오브 인벤션’. 손 감독은 쥘 아팝에 대해 “전통처럼 내려오는 작품의 암묵적인 룰을 깼다는 이유로 여러 비난을 받았지만 그 자체로 새로움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설명했다.

손 감독이 연주자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스라엘 출신 야론 콜버그, 팔레스타인의 비샤라 하로니, 북한 출신 김철웅 피아니스트와 함께 하는 ‘피스풀 뉴스(Peaceful NEWS)’ 프로그램이다. ‘뉴스’는 네 연주자의 출신 지역을 가리키는 방향인 북쪽(North), 동쪽(East), 서쪽(West), 남쪽(South) 등의 영어 앞글자를 따 조합했다. 함께 연주하는 야론 콜버그와 비샤라 하로니는 손 감독의 하노버 음대 동문이다. 두 사람의 모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적국이지만, 이들은 ‘아말’이라는 듀오를 결성해 음악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언젠가 우리 셋이 북한에 가서 함께 공연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북한에는 가기 힘드니, 북한의 피아니스트를 모셔와 할 순 없을까 생각하다 김철웅 선생님이 떠올라 제안을 드렸어요. 이름처럼 ‘뉴스’가 평화의 소식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추진한 프로그램이에요. 피아노 4대가 남북한 접견 지역을 찾아갈 예정이에요.”

연주자이자 기획자로 평생을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서 살았지만 손 감독의 취향은 다양하다. 타고난 ‘음악 마니아’라고 한다.

“음악에는 다 관심이 많아요. 모차르트와 슈만을 가장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 외에도 60~70년대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밥 딜런 등등이요. 엘비스 프레슬리나 빌리 조엘도 좋아하고요. 요즘에는 한 십년 만에 다시 한국 가요를 많이 듣게 됐어요. 자이언티와 장기하 팬이에요.”

다른 사람이 잘 모르는 음악을 소개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은 갈망은 손열음의 다양한 행보에 힘을 실어준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통성’을 많이 따지려고 해요. 그런데 그 전에 ‘정통’이 뭐냐고 먼저 묻고 싶어요. 사실 ‘오리지널’하다는 것은 어떤 틀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가장 고유하기에 독창적인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은 열망이 커요.”

연주자로의 활동 계획도 빼곡하다. 예술감독의 옷을 입어야 하는 2월에도 아이슬란드 심포니와 영국 투어가 있다. 3월에는 오로라 오케스트라와 유럽 투어가 있고, 4~5월에는 한국에서 리사이틀 투어가 진행된다.

그는 “연주 스케줄은 2023년 정도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계획이나 목표 같은 건 없이 하루 하루, 그 때 그 때의 기분으로 사는 편이에요. 그래서 조금 더 롱텀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음악제 일이 삶에 또 다른 다양성을 가져다 주고 있어요. 여러 가지 맡겨진 역할이 있지만, 언제나 저의 제일 큰 목표는 ‘피아노를 잘 치는 것’이에요. 모든 우선순위는 연주자로서의 내 삶에 있어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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