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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꼰대 포비아

-욕망과 취향 그리고 소통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내가 오랜 기간 대중문화 담당 기자를 하면서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는 단어는 세 개다. 욕망과 취향(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소통 세 단어다.

욕망은 더 많이 충족돼 극대화될수록, 취향은 더욱 다양해질수록, 소통은 더 잘 될수록 선진국이다. 나는 이를 대중문화로 풀어본다고 생각한다. 대중문화 콘텐츠, 즉 작품들은 그것들을 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제공한다.

연예기사를 쓰는 작업은 욕망의 지형도를 그리는 행위다. 욕망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까지는 최대한 추구되어야 한다.

라이프스타일은 이전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고, 급변한다. 기성세대는 진학, 취업, 결혼, 자녀 양육, 주택 구입 등 가는 길이 비슷했다. 수입에 따라 각 목록을 달성하는 시간이 달랐을뿐 선배들의 궤적을 밟아나가는, 비교적 단순 행보였다.

서병기 문화부 선임기자

반면 신세대는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여러 목록중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모든 걸 다 이룰 수는 없다. 선택이 달라지면 라이프스타일도 달라진다. ‘소확행’은 이들이 포기를 하고 얻어낸 타협의 산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서랍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깨끗한 팬티가 쌓여있는 걸 보는 것을 ‘소확행’이라 했지만, 이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라이프스타일은 좋은 것만 보여줄 게 아니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메뉴를 다양하게 제시되도록 해야 한다.

소통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신세대와 구세대간의 소통단절은 우리 사회의 당면문제다. 2020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도 떠오른 ‘꼰대 포비아’(phobia·꼰대 과잉 경계증)는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꼰대 포비아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꼰대로 부르며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기성세대는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선배, 윗세대, 기성세대는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입을 다문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 그런데 기성세대가 입을 닫고 어떻게 세대간 소통을 이룰 수 있을까.

세대간 대화를 통해 이해와 배려, 협업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꼰대 프레임’은 세대간 소통을 원천봉쇄하며 세대 갈등에 불을 지핀다. ‘회사는 유치원이 아니다’의 저자인 조관일 씨는 “젊은 세대 입장에 치우쳐 그들의 이야기만 경청하고, 기성세대를 일방적으로 나무라는 현재의 세대론이 그 갈등의 이유”라고 지적한다. 세대간에 일방적인 이해가 아닌 상호 소통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접근해 소통하려면 “너희들이 주역”이라고 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자신들에게 관심이 없음을 깨닫고 그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건 금물이다. 느슨한 인간관계를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우리가 남이가”식의 화법은 극혐이다.

젊은 세대도 기성세대를 ‘꼰대’로 여기며 피한다면 큰 손실이다. 조금 까칠하지만 실력으로 무장하고 결정적일때 앞장설 줄 아는 '낭만닥터' 김사부와 조직의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며 능력 위주로 바꿔놓는 '스토브리그' 백승수 단장은 적어도 합리적인 기성세대다.

취업이 불투명해진 청년들이 신중년이라는 이름으로 부상한 ‘오팔세대’(5060세대)와 가까워진다면 큰 힘이 된다. ‘오팔세대’는 꼰대도 아니며 능동적인 소비를 하는 ‘팬슈머’다. 라이프스타일로 보면, 6070도 2030처럼 살 수 있고 2030도 6070처럼 살 수 있다.

젊은 세대는 이런 중년들과 단절이 아닌 연결과 연대, 교류함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갈 수 있다. 이들과 독서모임, 스포츠 등 관심동호회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다. 사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이런 문제를 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게 아쉽다.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콘텐츠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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