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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태국?…중국 외 입국자에 뚫린 검역망
12·16번 환자, 일본·태국에서 들어와 검역대상에서 제외
자신이 감염 사실 인지 못해 지역사회 전파 가능

국내에서 16번째로 확진 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거쳐간 광주 시내 한 병원에서 4일 방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1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기존 검역 감시대상에서 제외된 곳에서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12번 환자와 16번 환자는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입국해 감시대상에서 빠지면서 지역사회 활동으로 많은 사람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통한 2~3차 감염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16번 환자(42세 한국인 여성)는 지난달 25일 첫 증상이 나타난 뒤 이달 4일에서야 확진됐다. 증상이 나타났지만 열흘 간 아무런 제재없이 지역사회 활동을 한 셈이다. 태국 여행을 다녀왔지만 중국 방문력이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기 어려운 환자였다.

현재는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뒤 14일 내 발열 또는 기침이 있거나 중국을 다녀온 뒤 14일 이내 영상의학적으로 폐렴 증세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만 선별 진료를 하고 있다. 이는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선별 진료를 위해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정보를 '중국 방문력'에 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16번 환자가 오한, 발열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는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았다. 폐 관련 기저질환이 있다는 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고 이틀 뒤 전남 광주21세기병원을 찾았지만 폐렴약만 처방받고 귀가했다. 엑스레이와 혈액검사 모두 '정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또 다시 28일부터 7일간 21세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호흡곤란과 폐렴 증상이 악화한 이달 3일에서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뒤 격리됐다. 확진 판정은 다음 날인 4일에야 이뤄졌다.

의료계에서는 16번 환자가 병원에 다른 환자와 함께 입원했던 만큼 해당 병원에서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처럼 '슈퍼 전파'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로 전파되는데 병원에서 인공호흡이나 기도삽관 등을 할 때는 환자의 분비물이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 형태로 퍼져 전파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전파 위험 등을 고려해 환자가 다녀간 해당 병원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병원에 있는 의료진과 환자를 통째로 외부와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 상태다. 코호트 격리는 특정 질병 발병 환자와 의료진을 동일 집단(코호트)으로 묶어 전원 격리해 확산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말한다. 현재 이 병원에는 80여명의 입원환자가 머물고 있다.

보건당국 역시 중국이 아닌 나라에서 입국한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6번 환자는 저희가 판단을 해도 이상한 점이 많다"며 "역학조사를 상세하게 해야만 감염경로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12번 환자 역시 중국이 아닌 일본에서 입국했기에 검역 감시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다. 12번 환자 역시 자신이 감염자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 많은 사람과 접촉이 이뤄졌다. 지금까지 확진환자 중 가장 많은 361명과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의료계 등에서는 검역 대상을 중국 입국자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후베이성 밖 중국 전역의 확진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상 의료진들이 감염자를 특정 지역으로 선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며 "중국이 아닌 제3국으로부터의 감염과 관리라는 새로운 문제까지 대두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해외유입 신규감염의 차단을 위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국가 혹은 지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또는 중단과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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