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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미 시인의 심플라이프] ‘신종코로나’ 초비상인데요양병원 엄마 어떡하죠?

설 연휴가 끝날 즈음 저녁모임이 있었다. 4일 쉬는 동안 스마트폰이 고장나 인터넷도 끊기고 전화도 안 되어 답답한 며칠을 보낸 뒤라 친구들을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여기 감기 걸렸다. 코로나 바이러스인지도 몰라.” A가 농담 삼아 툭 던지는 말에 웃으며 내가 말했다. “그래? 나는 바이러스에 걸리고 싶은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화제가 정치에 이르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극렬한 의견대립 끝에 카톡방이 깨지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 B는 그런 나라가 싫어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우리 사회의 전염병에 대해 언젠가 글을 쓸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업자인 나는 2월부터 사업장현황 신고, 지출명세서 제출 등 처리할 일이 많아, 논란에 휩싸여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 않다. ‘돼지들에게’의 개정증보판이 곧 나오는데 정치적 견해를 굳이 밝혀서 이로울 게 없다.

건강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 (보험공단에서 공짜로 해주는 건강검진도 받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암도 무섭지 않은데 바이러스쯤이야. 언론에서 난리 쳐도 나 몰라라 했는데,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한다고 환자 면회를 금지해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음식과 속옷은 1층 데스크에 맡기면 전달해주지만, 양치질과 걷기 운동은 누가 시키나.

치매에 골다공증으로 손가락이 굽은 어머니는 혼자 이를 닦지 못한다. 옆에서 먹으라 하지 않으면 밥도 잘 드시지 않는다. 반찬만 먹는다. 혼자서는 물도 마시지 않아 내버려 두면 탈수가 염려되어, 침대 옆에 ‘하루에 세 번, 물 먹여주세요’라고 적은 종이를 붙여놓았다.

다행히 지금 간병인이 우리 엄마 다루는 법을 알아 내가 없어도 물은 먹인다.

문제는 운동 부족. 종일 침대에 누워있다 내가 와야 일어나 워커를 밀고 복도를 한번 왕복하는 게 당신의 유일한 운동인데, 다리 근육이 약해져 저러다 영영 걷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어 병원을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서 있다 우리 어머니보다 치매가 심한, 옆 침대 어르신의 딸을 마주쳤다.

“우리 엄마는 내가 가지 않으면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아요.” 저러다 엄마가 돌아가실까봐 걱정이라는 그녀와 연대해 면회 금지를 풀어 달라고 원무과에 항의했더니 “환자와 외부인의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정부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도대체 병원 실정을 알고서 하는 조치인가. 잘 먹어 면역력을 키우는 게 최선 아닌가? 방역도 좋지만 이렇게 계속 환자 상태를 보호자가 체크 못 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 엄마 같은 치매 환자는 가족이 와서 쓸데없는 말이라도 시키고 몸을 움직여 주지 않으면 인지와 육체 능력이 퇴화된다. 양치질을 오래 하지 않으면 이가 나빠져 음식 섭취가 곤란해지고 영양소 부족으로 여러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때는 누가 책임질 건가. 다음주부터는 환자 한 명당 한 사람의 보호자는 면회를 허가한다니 기다릴 수밖에.

여기까지 쓰고 급히 삶은 달걀과 고구마, 사과와 요구르트 그리고 어머니에게 입힐 속옷을 배낭에 쑤셔 넣고 요양병원에 갔는데, 다시 방침이 바뀌어 앞으로 2주간 면회가 금지된다니. 무슨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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