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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임성재 캐디 이름은 펩시?

스티븐 헤일〈사진〉은 올 시즌 임성재 백을 매는 캐디다. 캐디 경력 20여년으로 과거 키건 브래들리와 함께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다들 그를 ‘펩시’라고 부른다. 왜냐고? 그는 물 대신 펩시를 마신다. 하루 평균 8개의 펩시콜라 캔을 들이킨다. 많이 마시는 날은 10개, 적게 마시는 날에는 6개를 마신다고 했다. 그렇게 펩시를 마신지 벌써 35년이 됐단다. 부모님이 어릴때 탄산 음료를 못 마시게 하면서 몰래 마시다가 그렇게 됐고, 본인에게는 물 보다 펩시가 더 잘 맞는다고 주장했다.

펩시에게 아시아 신인상을 최초로 수상한 임성재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 느낌을 물어보자 주저없이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며 공을 너무도 똑바로 보낸다고 찬사를 보냈다. 다른 선수들은 미스가 나면 휘는 공이 나오는데 임성재는 풀샷이나 푸시가 날지언정 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이 일하면서 그런 샷을 보는 자체를 즐기는듯이 보였다.

그에게 캐디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봤다. 펩시는 보기한 다음 홀에서 선수가 멘탈적으로, 스윙적으로 잘 준비되게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선수는 실수를 용납하기가 어렵고, 본인이 미스샷을 하면 화가 난다. 그리고나서, 화를 내든, 잊어버리든 그걸 풀어버리고 다음샷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캐디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인생을 볼 때, 어리고 젊은 선수일수록 자신이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걸 어려워한다. 불운하게도 좋지 않은 곳으로 공이 가거나, 실수가 나올 수 밖에 없는게 골프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그걸 인정 못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선수들을 종종 본단다. 그런 면에서 임성재는 미스샷 이후에도 게임을 잘 풀어나가는 편이라고 했다.

아시아에 비해 감정 표현이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선수들이 채를 부수고, 채를 던져버리는 일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다양한 편이다. 안에 쌓아두지 말고, 화를 표출하고 다음샷에 집중하는게 낫다는 의견과 팬을 무시하고 프로답지 못한 보기 안 좋은 행동이라는 것. 그것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전에 이미 지나간 샷은 어쩔 수 없고, 그것에 집착하면 다음 샷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얼른 털어버리는 것이 게임을 잘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선수에게 주어진 주어진 샷에 마음의 동요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선수 얘기를 들어주고, 때에 따라 필요한 말을 해주고, 홀에 대한 정보를 주는 캐디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캐디없이 매일 5시간, 주 4일간 아무 말 없이 경기를 한다면 선수들은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캐디는 단순히 백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선수와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는 중요한 존재다.

〈KLPGA 프로, PGA투어 한국 컨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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