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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우한 폐렴으로 다낭여행 긴급 취소, 여섯부부가 계약금에 웃돈까지 190만원 날린 사연
고교동창 여섯부부 다낭 여행 추진하다 결국 캔슬
우한 폐렴 걱정에 “즐거운 여행 여건 안돼” 판단
계약금 120만원 포기에 웃돈 70만원 얹어 해약
“계약금 날리는 건 그렇다고 해도 웃돈까지 내나”
하나투어 “상황은 유감이지만 약관상 어쩔수 없어”
공정거래 약관 명시돼 있지만 뭔가 이해못할 구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 29일 인천공항 내 고정검역대에서 간호장교와 군의관이 검역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50대 중반의 여섯 친구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졸업한지 35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10월께 이들이 만났습니다.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그동안 애들 키우느라고 우리 제대로 여행 함께 가지도 못했는데, 이젠 어느정도 키워놨으니 부부끼리 내년엔 해외여행이나 갑시다 라고요. 더 늙으면 가고 싶어도 못가니, 돈 부담이 작진 않지만 내년엔 그래도 꼭 같이 해외여행하자고요. 아내들 역시 찬성했습니다. 그동안 35년간 절친으로 살았지만 여섯 부부가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생활고에 허덕거리다보니 같이 어울린 적이 손에 꼽힐듯 적었기에 큰 마음을 먹고 해외여행을 가자고 찬성해준 것이지요.

한 친구가 다낭여행 프로그램을 계획했고, 결국 2020년 2월 중순 3박4일 일정을 잡았습니다. 여행경비는 1인당 105만83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한 가족당 211만6600원이었습니다. 작지 않은 돈이었지만, 어차피 큰 맘먹고 가기로 한것이기에 갹출키로 했습니다.

여행 날짜는 많이 남아있었지만 다들 설렜습니다. 일부는 여권을 재발급 받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다낭으로 떠날 생각에 어린애들 처럼 다들 들떴습니다. 이들이 만든 단톡방에선 “다낭 가서 뭘할까” 등의 화제가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하나투어 여행사를 통해 일정을 확정했고, 지난해 12월 계약금 12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이제 떠날 날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20년 1월중순부터 중국의 우한 폐렴 전파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말이 돌았고, 1월 하순에 들어서선 아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위협적인 질병으로 다가왔습니다. 우한 폐렴으로 중국 우한이 처절할 정도의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뉴스와 함께 중국 우한 사람들의 각 나라 입국이 제한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중국 여행에 대한 경보령도 속속 나왔습니다. 중국 여행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는 말도 들려왔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베트남 다낭은 유명 세계적인 관광지 입니다. 중국 사람들이 대거로 몰려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다낭 역시 우한 폐렴 걱정으로 중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등 안전 조치에 들어갔다고도 합니다. 이 소식들을 여섯부부가 모를리가 없지요.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단톡방에 얘길 꺼냈습니다. 우한 폐렴으로 당사국인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가 난리인데 이럴때 다낭 여행을 가는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들 말은 못하고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과 아내들 역시 생각이 같았습니다. 여행이라는 것은 몸과 마음이 편해야 즐거운 법인데, 공항부터 도착까지 또 현지에서 마스크를 꼭꼭 쓴채 불안하게 돌아다니면 그게 여행인가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아쉽지만, 여섯 부부는 중지를 모은 끝에 이번 여행은 포기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자고 결론을 냈습니다.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모르지만, 여러가지 불안감이 싹 가신 뒤에 다시 여행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100% 찬성으로 다낭 여행은 취소됐습니다.

문제는 여행 취소에 따른 위약금 문제였습니다. 당연히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가 안간다고 하면 위약금을 물어야지요. 여행사는 어디 땅파서 장사하는 곳인가요? 고객이 여행을 취소하면 기존에 예약한 항공과 호텔, 현지 관광상품 등이 다 어그러지니 여행사로서도 물어줘야할 돈이 생기게 되고 그에 따른 손해도 뒤따르겠지요. 그러니 위약금은 당연히 내야지요. 여섯부부도 최소한 이를 아는 사람들이기에 기꺼이 위약금 부담을 감수키로 했습니다.

그런데 위약금 액수를 문의해보니 여행사는 기존에 납입한 계약금 120만원 외에 따로 해약에 따른 위약금 70만4940원을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총 190여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좀 이상하다고들 생각했답니다. 예를들어 아파트 매매든 전세든 계약금을 지불했는데 개인 사유로 본계약을 하지 못하게 되면 그냥 계약금만 날리는 것이지, 따로 돈을 더 줘야 하는 경우는 없거든요.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 일로인 지난 28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 등이 발열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

이에 여행사 측에 문의를 했다고 합니다. 하나투어 측은 약관상 그렇게 돼 있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여행사 관계자(직원)는 “그렇잖아도 중국 폐렴 사태때문에 다낭 관련 여행 취소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고객 입장은 이해하고 죄송하지만 약관대로 (위약금 조항대로)할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 약관은 공정거래위에서도 인정한 공정거래 약관을 말합니다.

여행사가 당초 계약할때 제시한 약관에는 분명 개인 사유로 예약을 취소할 경우 ‘여행개시 10일전까지 통보시엔 총상품가격의 15% 배상’, ‘여행개시 8일전까지 통보시엔 총상품가격의 20%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습니다. 여섯부부가 취소한 시점은 ‘여행개시 10일전까지’ 이므로 분명 총상품 가격의 15%를 물어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여섯 부부는 사실 이 약관을 제대로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여행사와 계약할때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사람은 드물죠. 게다가 우한 폐렴 사태와 같은 글로벌 재난 사태를 전혀 예상 못했기에 여행을 취소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으므로 이 약관을 소홀히 한 것이지요. 그건 확실히 고객인 여섯부부의 실수이자 잘못입니다. 패널티는 당연히 고객 몫이지요. 그것에 대해 여섯부부는 인정했습니다.

게다가 여행사 관계자는 문의에 앞서 취소시의 위약금과 관련해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현재 항공, 호텔 등 이상없이 관광이 가능한 상황이라 취소료가 그대로 부과되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중국은 취소가 가능하지만, 다낭은 현재 우한 폐렴과 무관하게 여행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취소료 면제나 인하 등의 조치는 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전세계 공항이나 여행지가 온통 마스크쓴 사람들 천지로 변했는데도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여행사 입장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여행사도 영업을 영위하는 곳이고 손해 볼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 여섯부부가 이에 취소료를 없애달라거나 깎아달라며 우길 뜻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언급합니다.

여섯 부부가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공정거래 약관이라고 하더라도 그 해당조항이 뭔가 어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계약금 120만원을 냈지만 나머지 금액, 그러니까 총경비 1300여만원 중 계약금을 제외한 1200여만원은 완납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총경비를 다 내지 않은 상황에서 여행을 캔슬했을경우 그 계약금만 날리면 될 것 같은데, 왜 70여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지 그건 좀 이상하다는 게 이들의 논리였습니다. 즉, 여행사가 계약금을 받을때 해약시를 고려해서 완납하는 시점의 금액(여기서는 190만원)을 받았으면 나중에 여행을 취소하더라도 그 계약금을 포기하면 되는데, 굳이 그 금액 이하로 계약금을 설정해 고객이 왜 추가 부담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계약금으로 190만원을 받고, 해약시 그것을 포기해야 했다면 여섯부부는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여섯 부부 중 한 남성은 “다낭 여행을 해약한 것은 글로벌 재난 상황이든 아니든 우리 책임이 있으니까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은 그럴수 있다 치면 되는데, 웃돈까지 얹어 해약금을 더 줘야 하는 것은 수긍할 수 없고 불쾌하기까지 하다”고 했습니다. 120만원이든, 190만원이든 돈 액수만의 문제가 아닌 감정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계약금 날리는 판에 웃돈까지 더 추가해서 해약금을 입금해야 하는 심정은 분명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은 기분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여섯 부부는 대한민국의 합리적인 50대 중반의 성격을 지녔고, 불가피한 재난 상황이라도 해도 손실을 떠안을 수 없는 여행사 측의 입장을 이해하기에 해약금을 물 자세가 돼 있는 사람들입니다. 거꾸로 말해 해약금을 안내겠다고 어깃장을 부릴 사람들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공정거래 약관이라는 미명 아래 계약금을 날리고, 게다가 웃돈까지 얹어 위약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선 정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여행사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인정한 공정거래 약관”이라며 “우리로서도 고객껜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맞겠지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정한 것이라면 맞을 겁니다. 당위성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여섯 부부는 그래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고 합니다. 우한 폐렴과 같은 국가적 재난 비상사태가 있으니 외국여행 캔슬시 해약금을 면해달라거나, 국가가 나서서 이런 케이스들에 대한 배려를 해줬으면 하는 것은 절대 아니랍니다. 그것까지 바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앞에도 말했듯이 원래 계약이라는 게 어긋나면, 그리고 자기 책임이 있다면 계약금만 날리면 되는 구조여야 하는데 계약금 외에 추가 금액까지 납부해서 여행을 취소해야 한다면 이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일까요? 여섯부부는 끝까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섯 부부는 시끄럽게 하면 뭐 좋겠냐며 깔끔하게 정리하자며, 70만원의 해약금을 추가 납입하고 끝냈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이런 입장에 처했다면 어떻게 하실까요?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확산되는 속도를 보면 누구나 앞으로 이런 유사한 경우에 처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섯 부부의 사례를 장황하게 전했습니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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