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경제 충격 최소한 1분기 내내 지속 가능성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가 ‘경기반등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올해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으나 연초부터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사태가 발생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정책적 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 무리한 재정투입을 통한 ‘2% 성장 사수’의 후유증으로 올 1분기 재정효과가 감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우한 폐렴 사태가 최소한 1분기 내내 우리경제를 압박할 것으로 보여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관련기관에 따르면 발원지인 중국 내 감염자가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수준을 웃도는 등 감염 확산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중국 등 세계경제 및 우리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의 중국내 확산이 2003년 사스 당시 수준을 넘어선 가운데 2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한대학 부속 중난병원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연합] |
KIEP에 따르면 사스의 경우 중국에서 2002년 11월 1일부터 이듬해인 2003년 7월 14일까지 약 9개월 보름 동안 5327명이 감염돼 이 중 348명이 사망했다. 홍콩·마카오·대만까지 포함하면 7754명이 감염돼 9.41%인 730명이 사망했다. 전반적으로 전염병 우려가 6개월 이상 지속됐던 셈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파장은 시차를 두고 관련국에 몰아쳤다. 홍콩과 중국 등 중화권 경제는 2003년 초부터 급격히 위축됐고, 우리나라 수출은 3월부터 둔화되기 시작해 5월에 충격이 가장 컸다. 이전에 20%를 웃돌던 대중 수출증가율은 2003년 5월 16.1%로 둔화됐고, 5월에는 증가율이 3.5%에 머물렀다. 하지만 사스 불안에서 벗어나면서 1~2개월 사이에 20%대 증가율을 빠르게 회복했다.
2015년 우리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우 5월 20일 첫 감염자가 발생해 같은해 11월 25일 마지막 확진자가 발생하기까지 약 6개월 동안 지속됐다. 이로 인해 그해 봄~여름 철 각 지역 축제와 대규모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우리경제가 타격을 받았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우한 폐렴은 확산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빠른 모습이다. 현재의 속도로 볼때 2월말~3월초에 피크에 달할 가능성이 높고, 바이러스 확산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한 1분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화권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던 2003년에 비해 교역규모가 늘어나는 등 경제관계가 밀접해져 실제 영향도 확대될 수 있다. 정부도 실물경제 영향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확산 정도와 중국 등 글로벌 경제영향에 따라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나리오별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올 1분기에는 작년 4분기의 과도한 재정집행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재정효과가 감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겹칠 경우 1분기 성장률이 급락하거나 지난해 1분기(전분기 대비 -0.4%)와 같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선 연초 경제심리가 중요한데,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심리와 공포가 지속될 경우 경제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
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