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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년 특전대원의 596번째 마지막 고공강하
-1985년 임관한 35년 '특전맨'
-고공강하 훈련 총 596회 통과
-29일 후배들과 마지막 고공강하
-"의리와 전우애" 사령관도 참여
김정우 육군 특수전사령부 주임원사.[사진=육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강하 자세를 숙달 못하면 바로 퇴교 대상이 되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쉬는 시간이 되면 늘 바닥에 엎드려 강하 자세를 연습했습니다."

35년간 수백 회의 고공강하 훈련을 통과한 김정우(55) 육군 특수전사령부 주임원사가 29일 자기 인생의 마지막 596번째 고공강하에 나선다.

육군은 2월 전역 예정인 김 주임원사의 마지막 고공강하를 기념하기 위해 김정수 육군 특수전사령관(육군중장)과 육군 특수전학교장(육군준장) 및 김 주임원사의 전우들이 이날의 특별한 고공강하에 동참한다고 29일 밝혔다.

김 원사는 1985년 20세의 나이로 모병 16기로 임관, 첫 군생활부터 특전사 흑표부대에 배속돼 통신담당관으로 근무했다. 제주 서귀포가 고향인 김 원사는 어려서부터 모슬포 비행장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특전 장병들을 보고 꿈을 키웠다고 한다.

유사시 낙하산으로 적진에 침투하는 특전사 장병에게 강하 능력은 임무완수를 위한 필수조건. 그는 1985년 공수 300기 교육을 수료한 지 8년 만인 1993년 고공강하 300회를 넘어 '월계 금성 3개' 휘장을 받았다.

이제 공수 휘장 중 남은 건 1000회 이상 강하자에게 수여하는 '금장 월계 휘장' 뿐이다. 공수 휘장은 4회 이상 20회 미만이면 '기본공수 휘장', 40회 미만 '은성 휘장', 100회 미만 '월계 기본 휘장', 200회 미만 '월계 금성 1개 휘장', 300회 미만 '월계 금성 2개 휘장'을 가슴에 단다. 현재 김 원사의 '월계 금성 3개' 휘장은 고공강하 훈련을 300회 이상 1000회 미만 통과했다는 의미다.

이날 김 원사는 자신의 까마득한 후배들인 공수 836기 교육생들과 함께 고공강하를 한다. 836기들에게는 생애 첫 강하여서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836기 후배들 중 이번 훈련에서 총 4회의 자격강하를 성공한 이들은 오는 31일 '기본공수 휘장'을 달고 진정한 특전대원으로 거듭난다.

김 원사는 "저도 첫 강하를 할 때 정말 많이 긴장했었는데 지금은 강하를 많이 해서 그런지 크게 긴장되지는 않는다"며 "오늘 저의 전역 전 마지막 강하에 동참해 주시기로 한 특전사령관님과 특수전학교장님, 동기와 후배들께 감사드린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사령관은 "하늘과 땅, 산과 바다를 거침없이 누비며 생사를 함께해 온 '의리의 검은베레'다운 전우애를 보여주고자 이번 강하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시누크 헬기에 오른 이날 강하자들은 1900피트(약 580m) 상공에 다다르자 강하조장의 구령에 맞춰 일제히 뛰어내렸다. 김 원사는 강하하는 장병들의 모습을 모두 지켜본 뒤 마지막으로 상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김 원사는 군인으로서 계속 남아 있기 위해 쉬는 시간을 할애해 강하자세를 연습하던 신참 시절을 떠올렸다. '특전맨'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고공강하와 천리행군이다.

그는 "요즘은 특전사령부에 모의고공센터가 있어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강하 자세를 배울 수 있지만, 과거에는 맨 땅에서 강하 자세를 숙달해야 했다"며 "목숨과 직결된 훈련이기 때문에 강하 자세를 숙달하지 못하면 바로 퇴교 심의 대상이 됐다. 살아남기 위해 쉬는 시간이면 바다에 배를 깔고 엎드려 수없이 강하 자세를 연습했다"고 회고했다.

김정우 육군 특수전사령부 주임원사.[사진=육군]
김정우 육군 특수전사령부 주임원사.[사진=육군]

그는 "특전사에서도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3주간 전술훈련을 하며 이미 천리(약 400km) 이상을 걸었는데 이어서 1주일간 천리행군을 또 하려니 정말 힘들었다"며 "백두대간을 넘나들며 걷는 길은 일반적인 등산로가 아니었고, 가파른 낭떠러지를 걷거나 통과해야 하고 새벽 3~4시까지 졸면서 걷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특전사를 선택한 것을 후회해 본 적은 없다.

김 원사는 "지금까지 군생활을 하며 군인이 된 것을, 특전사를 선택한 것을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며 "다만 '내가 조금 더 잘할 걸', '조금 더 배려할 걸'하는 후회는 한다"고 말했다.

군생활에 평생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에게 늘 미안하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면서 "이번 설에도 부대에서 합동 차례를 지내며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는데 이런 아빠를 이해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남아 있을 특전부대원들에게는 '세계 최정예 대체불가 특전사'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가장 결정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특전사"라며 "우리의 능력이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므로 사명감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사는 "전우를 사랑해야 한다. 전시에 나를 구해줄 사람은 바로 옆의 전우"라며 "리더십이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스스로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배려와 소통, 경청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2017년에는 헌혈유공장 은장을 수상하는 등 수술이 필요한 장병들에게 주기적으로 헌혈증을 전달하는 일도 하고 있다.

그가 군생활 중 취득한 자격증은 회계실무 1급, 세무실무 1급, 조달입찰계약사, 일반행정사, 문서실무사 1급, 빌딩경영관리사, CS 리더스(관리사), 학교안전보안관, 신변보호사, 방과후지도사, 심리상담사 1급, 인성지도사, 진로지도사 등 총 13개에 이른다.

그는 "준비하면 미래가 두렵지 않다"며 "자기 계발은 무조건 해야 한다"면서 "학업에 열중하고 지력을 단련함으로써 스마트한 특전사가 되길 부탁한다"고 마무리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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