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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한폐렴 초비상] 메르스 판결로 본 국가 배상 책임…‘역학조사 늦으면 과실 인정’
감염병예방법, 역학조사 시행 의무 있어
전파 경로 제대로 확인 했는지 핵심 쟁점
28일 한 서울 지하철 역사에 손세정제가 놓여있다. 서울시는 이 날을 기해 지하철, 버스 등 시민 접점이 많은 곳에 종사자를 위해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배부했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자 4명 중 2명이 ‘무증상 입국자’로 드러나면서 당국의 방역망 작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국가가 질병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환자에게 금전 배상을 하라고 한 법원 판결이 주목받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피해자들은 대한민국 정부와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2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된 30번 환자 사건과 관련해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진단검사 및 역학조사 등의 조치가 지연된 책임이 있다고 보고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첫번째 메르스 환자(1번 환자)가 바레인에 다녀온 사실을 신고했음에도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요청을 거부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메르스 의심환자가 신고되면 역학조사 등을 시행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지체한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또 법원은 병원에서 역학조사가 부실한 책임도 물었다. 질본이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착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지 않은 점을 과실로 인정했다. 법원은 병원 역학조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았더라면 16번 환자를 추적할 수 있었을 것이고 16번 환자와 원고의 접촉이 차단돼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에도 메르스 감염피해자인 104번 환자의 유가족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내 1억여원의 손해배상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역학조사관들이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메르스 1번 환자가 입원한 기간 같은 병동의 입원 환자는 접촉자 범위에 포함되고, 그에 따라 104번 환자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14번 환자도 조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병원에서 접촉자 분류 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했다 하더라도 보건 당국의 관리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며 “보건 당국이 메르스 위험 노출 고지 및 증상 확인 등 능동감시 의무를 불이행해 104번 환자의 메르스 진단 및 치료기회를 상실하게 했다”고 했다.

메르스 감염피해자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이용재 변호사는 “특정 환자에게 감염병이 전파 됐을때 그 전파 경로상 환자를 국가나 병원이 제때, 제대로 역학조사를 했는지 핵심 쟁점”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메르스 이후 질본의 감염병 관련 지침이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질본 스스로 마련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우한 폐렴 확진자가 생긴다면 국가를 상대로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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