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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예술센터 “‘80년 5월 광주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들’을 말한다”
2020 시즌 프로그램 공개…‘휴먼 푸가’·‘더 보이 이즈 커밍’
30대 젊은 창작자가 바라본 역사의 재조명

국내 몇 안 되는 제작극장인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해외초청작을 포함해 총 5편의 연극을 선보인다.[남산예술센터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두 편의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최근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2020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올해에는 ‘80년 5월 광주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들’로 기획 방향을 잡았다”며 “그동안 해결 못 했던 과제에 대해 다시 기억하고 생각해야 할 해여서 폴란드, 서울, 광주를 연결하는 형태로 두 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5·18을 배경으로 다룬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한국과 폴란드의 두 연출이 각각 ‘휴먼 푸가’(연출 배요섭, 5월 13∼24일)와 ‘더 보이 이즈 커밍(The boy is coming)’(연출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 5월 29∼31일)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무대에 올린다. 두 작품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상처받고 아직 온전히 치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어떻게 미래로 나아갈지 고민하게 한다.

‘휴먼 푸가’는 지난해 시즌 프로그램으로 공연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주관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됐고,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의 ‘더 보이 이즈 커밍’은 지난해 유럽에서 최초로 5·18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휴먼 푸가’ 배요섭 연출 [남산예술센터 제공]

‘휴먼 푸가’ 배요섭 연출은 “광주항쟁은 어떻게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 같다”며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잔혹함이 극단적으로 나왔을 때 대규모 학살이나 죽음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것을 어떻게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의 방식에 대한 고민을 담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극에선 텍스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며 “텍스트의 핌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공연을 통해 소설을 읽는 계기가 되고, 역사적 사건이 사람들의 몸 속에 각인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30대 젊은 창작자의 시선으로 우리 역사를 바라본 작품도 3편 선보인다.

‘왕서개 이야기’(작 김도영, 연출 이준우, 4월 15∼26일)는 1932년 일본군이 만주에서 마을주민을 학살한 사건을 배경으로, 피해자가 가해자인 일본 군인을 차례로 찾아가며 복수하는 이야기다. 극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진실을 묻고, 왜 가해자는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할 수 없었는지를 묻는다.

김도영 작가는 “복수를 해야 하는 순간에 어떻게 복수를 하고, 사과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사과를 하며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공감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작·연출 김지나, 6월 24일∼7월 5일)은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광장이란 공간을 통해 우리가 함께 불편한 시대를 겪어가고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자 한다.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연출 임성현, 9월 2∼13일)는 ‘예배’의 제의성과 연극성을 복원하기 위해 예배를 극장으로 가져온 작품이다. 극은 기독교가 배제해온 성 소수자를 둘러싼 불안과 혐오, 위기와 분열을 담아낸다.

우연 극장장은 “시즌 공모를 통해 선정된 세 편은 모두 198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창작진의 작품이다. 기존 세대들의 가치관, 관료주의, 가부장 주의 등에 대해 젊은 세대들이 미래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남산예술센터는 미완성 공연을 지원, 제작 과정을 공유하는 프로그램 ‘서치라이트’(3월 3∼13일)도 진행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은 제작비를 지원받고 3월에 극장, 관객, 기획자, 예술가와 함께 작품을 공유할 기회를 갖는다. 또한 동아시아 현대 희곡을 엿볼 수 있는 일본희곡 낭독공연(2월 21∼23일), 중국희곡 낭독공연(3월 24∼29일)도 선보인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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