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연 300건 수준이던 기후재난, 2018년 848건으로 급증

자연재해, 이제는 구호·복구 아닌 경제 휘청일 재앙

호주 중앙은행은 산불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 고려

기후변화로 식량 가격 급등 등 경제에 악영향 가능성

[경제위기 부르는 기후변화①] 금융위기보다 무서운 환경위기
호주 산불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면서 호주 중앙은행은 다음달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은 경제에 실질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1930년대 대공황, 1987년 블랙먼데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이 경제위기라 불리는 이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예측이 불가능했고 파괴력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문을 닫은 기업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들을 보며 인류는 경제가 파탄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 그러나 그 사이 또 하나의 위기가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다.

원론적으로 자연재해는 경제성장(GDP)에 도움이 된다. 재해 복구를 위해 정부지출이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단 피해가 지역적으로 한정적이고 복구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전세계 동시다발적으로 재앙과 같은 위기가 들이닥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JP모건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재앙 수준의 재해 발생 건수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300건이 되지 않았지만 2010년 이후 빠르게 늘면서 2018년에는 848건에 달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앙에 가까운 자연재해가 꼭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더이상 이론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호주 산불이다. 호주 중앙은행은 사상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다음달 추가 인하할 것으로 관측된다. 골드만삭스는 호주 GDP가 산불 탓에 2019년 4분기~올해 1분기 동안 0.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는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로 인해 파산에 이르렀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미국 뉴올리언스 지역 경제는 아직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위기로 글로벌GDP의 절반 이상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산업의 근간이던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거나 감소하면 경제활동이 위축되 계속 사용했을 때보다 GDP가 감소할 것이라는 믿음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평소처럼 경제활동을 이어간다는 전제하에 밀, 옥수수, 콩, 쌀 수확량이 연간 10%감소할 가능성이 현재 6%에서 2050년에는 18%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반도체 생산공장이 밀집한 서태평양 지역에 사이클론이 발생해 생산차질을 빚을 확률도 2040년에는 지금보다 2~4배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가 재난 및 구호 수준이 아닌 경제위기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 이유다.

도미닉 워그레이 WEF 환경분과 국장은 “자연의 손실에 대한 익스포저(노출)는 이제 모든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것으로, 우리 전체의 미래 ‘경제안보’에 긴급한 위험이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