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해병1사단 병사 가혹행위·성희롱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해병대 모 부대에서 선임 해병이 갓 전입한 신병에게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고, 살아있는 잠자리를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관련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2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얼마 전 해병대에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수준의 가혹 행위가 발생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해병1사단 모 부대에 전입한 A이병은 부대 인근 야산으로 태풍 피해 복구 지원 작업을 나가던 중 선임 김모 상병으로부터 ‘너 같은 XX만 보면 화가 난다. 내 밑에 들어왔으면 패서 의가사(의병 전역)시켜 줬을 텐데’, ‘이렇게 말라 비틀어져서 여자와 성관계는 할 수 있냐?’ 등 폭언과 성희롱을 가했다. A이병이 부대에 전입한 지 4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어 작업장에 도착한 김 상병은 들판에서 잠자리를 잡아 와 A이병에게 ‘너 이거 먹을 수 있냐’며 물은 뒤, 마지 못해 ‘먹을 수 있다’고 답한 A이병에게 ‘못 먹으며 죽는다, 네가 먹는다고 대답한 거다’라며 협박하며 압안에 잠자리를 넣고 먹으라고 강요했다.

센터는 “당시 (A이병) 주변에 있던 동료와 선임 해병들은 (이를)제지하지 않았다”며 “사건 이후 피해자는 공황발작·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반복되는 자살시도와 악몽으로 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A이병이 가해자에 대한 신고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외면한 동료들과 ‘선임을 찌르면 안 된다’고 교육하는 해병대의 악습, 신고 후 예상되는 2차 가해가 떠올라 신고를 주저해왔다”며 “폐쇄병동 입원 후 재차 자살 시도에 이르고 나서야 마음을 먹고 군인권센터에 상담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까지 폐쇄병동에 입원했던 A이병은 현재 퇴원 후 전역 조치된 상태다. 김 상병은 아직도 복무 중으로 헌병대 조사를 받고 있다.

센터 측은 “(A이병이)이 신고를 끝으로 자살을 하려고 했다는 말과 함께 피해 사실을 알렸다”며 “확인된 피해 사실을 바탕으로 가해자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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