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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기존 정책 베껴다 空約 만든 여당

“정말 놀랄 정도로 알맹이가 없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이 “벤처 4대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하며 내놓은 ‘혁신성장·경제활력·일자리 창출 총선공약’을 보고, 투자업계 지인이 보인 반응이다. 이 공약에서 민주당은 현재 11개인 국내 유니콘 기업을 내후년까지 30개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유니콘 기업 수로 한국은 미국, 중국, 영국, 인도, 독일에 이어 6위를 기록 중이다.

벤처 4대 강국을 위해 민주당이 내놓은 약속은 다섯 가지. 하지만 어느 하나도 새롭지 않다. 단순히 과거 정책의 틀만 빌린 것이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가 이미 내놨거나, 시범 적용 중이거나, 혹은 아예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그대로 가져와 ‘정리’만 해 발표했다.

예컨대, 민주당이 가장 앞에 내세운 공약은 ‘대규모 스케일업 펀드 조성’이다. 혁신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성장지원펀드를 2019~2022년 4년간 12조원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무려 10개월 전인 지난해 3월, 기재부가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을 통해 이미 밝힌 내용이다.

민주당은 또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제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달 중기부는 기존까지 시범적으로 시행되던 특별보증사업을 올해부터 정식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한 주 뒤 개최된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2000억원이라는 구체적 수치까지 덧붙였다.

이밖에도 ▷핀테크 혁신펀드 3000억원 공급(지난해 12월) ▷벤처자금 모태펀드 등 출자 보강(지난해 3월 발표) ▷스톡옵션 비과세 1억원으로 확대(지난해 중기부 추진 사항) ▷IPO 및 인수제도 개선(2018년 10월) ▷비상장투자전문회사(BDC) 제도 도입(2018년 10월) ▷소득공제 장기투자 펀드 신설(2018년 4월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기술혁신형 M&A시 세액공제율 확대(2017년 민주당 홍의락 의원 발의안) 등 공약들이 모두 앞서 추진됐거나 시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이번에 민주당이 내놓은 공약 보도자료 중 주목할 부분이 있다. 유니콘 기업 수 12개로 한국을 한 발 앞서는 독일이다. 독일의 GDP 대비 벤처투자 금액의 비율은 0.03%로 한국(0.08%)의 3분의1 수준에 그친다. 절대액으로도 한국보다 적다. 즉 투자지원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벤처 시장의 유동성은 넘쳐난다. 벤처 투자자들의 도덕적해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는 실정이다. 풀린 자금이 왜 혁신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지, 혹은 왜 자금을 지원 받고도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는지, 예컨대 배달의민족 M&A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투자자들이 왜 해외 대형 VC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벤처 생태계 어디에서 나사가 빠져 있는지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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