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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송당하는 법무법인②] 퇴직금 못받고 연말정산 환급액 떼이고…변호사-로펌간 갈등
부당노동행위 만연…업계 평판 걱정에 강하게 요구도 못해
불과 5년전만 해도 대형로펌도 근로계약서 안 써
세후 월급에서 또 세금 떼려하고, 현찰 섞어 월급 주기도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의뢰인이 아닌, 소속변호사와 로펌간의 내부 갈등도 만만치 않다. 근로계약서를 안 쓰고, 임신한 여자 변호사에게 무급 휴가를 강제하는 등 변호사들부터가 부당노동행위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업계에선 가장 기본적인 월급 문제와 세금, 그리고 퇴직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려는 법무법인이 여전히 많다고 입을 모은다.

6년 전 사법연수원 수료 후 서초동의 로펌에 입사한 A변호사는 대표변호사와 연말정산과 세금 문제로 한바탕 격론을 벌였다. 변호사 업계 특성상 월급을 ‘세후’로 받는 일이 흔하다. 그는 “대표가 회사에서 세금을 내줬으니 연말정산 환급되는 것은 본인이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고 떠올렸다. 몇 번의 설전이 오고간 뒤, 그는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는 대표가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A변호사는 결국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고 3자 대면까지 마치고 나서야 퇴직금을 받아들 수 있었다.

2010년 국내 한 대형로펌에 입사한 B변호사는 6년만에 퇴사할 때까지 흔한 근로계약서 또는 연봉계약서를 한 장 써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냥 주는 대로 받고 들어가서, 주는 대로 받고 나온다”며 “내가 퇴사할 때쯤에야 계약서 쓰는 관행이 조금씩 정착되더라”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4년 최초로 고용변호사들을 상대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이후 표준 근로계약서 양식을 만들어 배포했다.

여성 변호사에겐 임신과 출산도 부당노동행위를 당할 계기가 된다. 2012년 J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는 임신한 C변호사에게 ‘무급휴가 9개월, 유급휴가 3개월 등 1년간 휴직 조치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는 로펌을 상대로 휴직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그는 “회사에선 저를 임신 때문에 인사조치한게 아니라, 제가 업무효율이 낮아서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당시 대표변호사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14년 항소심에서 2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C변호사의 사례는 소송을 꺼리는 변호사업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편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평판에 대한 고민 때문에 쉽지가 않다. 요즘에서야 퇴직금 못받았다는 것도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는 추세지만 그런말을 쉽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그동안 너무 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도 일부 로펌에서는 신입변호사들 월급을 현찰과 섞어서 준다고 한다. 그러면 대출을 받으려고 할 때 소득증명 신고를 해야 하는데, 본인이 알고 있던 액수와 증명된 액수랑 많이 달라서 깜짝 놀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막 로스쿨을 졸업해 구직활동을 하는 변호사들한테 유한법인의 구성원 변호사로 들어오라고 제안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다. 유한법인의 구성원 변호사가 되면, 추후 법인에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

업계의 악한 관습이 변호사 3만명 시대와 함께 시장상황이 극도로 나빠지고 나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해석도 나온다. 2년전 대형로펌에서 파트너변호사로 승진한 한 변호사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큰 논란없이 이런 관행이 지속될 수 있었다. 힘든 초년병 시기를 조금만 참으면 무리없이 파트너변호사로 승진하고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참는다고 더 나아질것이란 기대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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