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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골프에서 배우는 인생법칙, 그것을 18홀에 펼치다
김영상 저 ‘홀인원: 홀을 지배하는 인생법칙’
골프에 담긴 매너ㆍ배려ㆍ공정을 얘기한 책
골프와 놀라울만큼 닮은 인생을 쉽게 풀어내
골프 모르는 이도 술술 읽을 필드 속 삶의 교훈
북오션 출판사 “골프에 담긴 삶의 자세” 빼곡
홀인원: 홀을 지배하는 인생법칙.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골프를 모르는 내가 골프와 관련한 책의 서평을 쓰려니 쑥스럽다. 글을 풀어낼 적임자는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홀인원’이라는 책 제목에 사람 인(人)자가 들어간 ‘홀人원’이라는 것에서 골프 얘기가 아니라 사람 얘기라는 확신이 들었고, 부제성 제목에 붙어있는 ‘홀을 지배하는 인생법칙’이라는 글귀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골프 속에 인생이 있다’는 것을 제목에서 암시했다. 그러니 나같은 골프 문외한이라고 해도 뭔가 읽어볼 내용은 있겠구나 싶었다.

다행히 프롤로그를 읽어가고 내용을 따라가면서 저자의 의도는 명확히 읽혀졌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골프 기술과 실력향상 안내서가 아니었다. 사람의 인생에서 예절과 예의가 왜 중요한지, 배려와 나눔이 왜 중요한지, 인내와 평정심과 위기극복이 왜 중요한지, 공정과 공평이 왜 중요한지 이 모든 것을 골프와 엮었으니 책은 어쩌면 골프와 인생이 결합된, 크게 보면 골프 철학 책이고 작게보면 골프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철학’이라면 건방진 것이고 그냥 ‘잡학’으로 봐달라고 했다. 철학이든 잡학이든, 골프 속에 인생이 담겼으니 그 사유의 폭은 작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놀라울만큼 인생과 닮아있는 골프 스토리를 저자만의 삶과 주변인의 삶을 함께 버무려 우리들 인생의 시사점과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는 점이다.

4㎝(42.67㎜) 정도의 작은 공을 막대기로 쳐서 10㎝(108㎜) 정도의 작은 구멍에 넣는 게임, 그 골프가 곧 인생이라고 주창하는 책이 나왔다. 그냥 그렇게 무조건 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필드 스토리와 사례를 넣어 골프가 ‘인생의 축소판’임을 증명하려고 시도한 책이다. 바로 ‘홀인원: 홀을 지배하는 인생법칙’(김영상 저·북오션 출간)이다.

저자는 서로 다른 풍경에서 18홀이란 이름으로 샷 하나하나에 사연을 갖고 플레이하는 골프가 각자의 삶을 자기 색깔대로 펼쳐나가는 인생과 닮은꼴이라고 주장한다. 18홀에 가기까지의 숱한 역경과 도전 그리고 고난, 인내와 의지 등이 인생 자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때론 순탄하게 가지만 많은 고비와 역경이 도사리고 있고 가끔은 엄청난 인내와 평정심이 요구되는 골프는 굴곡으로 점철된 개인사(史)와 다르지 않으며 그런 골프에는 인생의 교훈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 교훈을 책에 담았다는 뜻이다.

출판사 서평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출판사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 책의 저자는 머리말에서 골프 책을 쓰기에는 실력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고 겸손을 보이지만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인생과 잘 버무렸다”며 “감동적인 명장면, 골프에 대한 간단한 역사, 알아야 할 시사상식, 그리고 골프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자세까지 인생의 팁이 될 내용이 빼곡하다”고 했다.

저자 김영상은 현재 헤럴드경제 마케팅국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헤럴드경제 정치부장, 사회부장, 소비자경제부장, 정치팀장, 재계팀장 등을 거쳤다. 저자는 자기 소개를 통해 “궁합 맞는 필드에서 ‘그 분’이 오시면 가끔 싱글, 평소엔 80대 중반 타수, 컨디션이 엉망이면 90대 후반 타수까지 기록하는 이. 한마디로 점수가 자유로운 영혼처럼 큰폭으로 널뛰기한다. 이처럼 실력이 들쭉날쭉하다보니 타수엔 연연하지 않는다. 대신 골프 철학과 매너를 중시한다.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일찌감치 부르짖으며, 골프철학에 천착해왔다. 정확히 말하면 ‘철학’이 아닌 ‘잡학’에 가깝다. 본인의 필드 경험과 동반자들로부터 귀동냥한 다양한 스토리를 밑천삼아 ‘골프 잡학’을 전개해보는 게 꿈이었다. 고졸인생, 바둑, 음식 그리고 시를 통한 삶의 성찰과 거기에서 유추되는 잡학을 책으로 꾸며봤고, 이번엔 골프로 영역을 옮겨봤다”고 적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골프에 대한 귀동냥, 주변인의 필드 스토리를 부지런히 기록해오다가 이를 인생 잡학으로 풀어봤다는 것이다.

실제 책에서 저자는 골프에서 배울 수 있는 겸손, 배려, 리더십, 공정사회, 인내와 노력, 감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책의 구성을 제목 순으로 18홀로 꾸민것도 이채롭다. ‘1홀 프롤로그-‘천만 달러 소녀’ 미셸 위가 준 공, 골프인생이 바뀌다’에선 저자가 이 책을 쓰는 이유를 명확히 표현하고 있으며, ‘2홀 골프는 ‘마법의 나라’에서 왔다’에선 골프의 탄생과 그 시사점 등을 녹여낸다. ‘3홀 신이 직접 연출한 최고의 명장면들’에선 드라마틱한 골프 승부세계와 인생을 비유했고, ‘4홀 골프는 송가인이다’에선 강호의 숨은 고수가 어느날 짠 하고 나타나 필드를 평정하는 것처럼 송가인과 같은 인생 역시 우리 주변에 파란만장하게 펼쳐짐을 소개한다. 특히 ‘7홀 공정사회? 골프에 물어봐’, ‘14홀 칭찬은 캐디를 춤추게 한다’, ‘15홀 골프에서 배우는 리더십’등에선 골프에서 배울 수 있는 겸손과 혜안을 짚는다. 이런 식으로 ‘18홀 에필로그-미련을 접을 때 골프는 보인다’로 책은 마무리된다. 주목되는 것은 골프 자체나 골프 룰을 모르는 사람도 술술 읽힐 만큼 쉽고 편하게 썼다는 점이다.

골프가 인생 자체라고 규정하는 저자는 이 한마디로 골프와 인생을 정의한다. “하긴 실력만으로, 자신의 뜻대로만 풀리는 인생이라면 누가 걱정하며 살겠는가. 그래서 인생, 세상을 요지경이라 하지 않았던가.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고 좌절하지 말라. 세상이 왜 내게만 혹독한 시련을 주는가 라며 원망하지 말라. 사람에겐 저마다 때가 있고, 운명적으로 정해진 길이 있다”는 게 저자가 핵심적으로 내세운 골프가 주는 삶의 교훈이다. 특히 “필드엔 수많은 깨달음이 보물처럼 널려 있다. 근데 그 보물은 요상한 특성을 지녔다. 꼭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마음의 문을 꼭 닫은 사람에겐 절대로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그 보물은 겸손과 인내, 친절과 배려, 절제와 기다림의 미학을 갖춘 사람들의 몫이다. 골프가 바로 인생이며, 골프가 미련을 접고 자연 섭리와 순리를 따를때 더욱 아름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는 말에선 골프에 대한 철학이 한눈에 그려진다.

무엇보다도 인생은 자기 맘대로 안되는 것이며, 신이 정해준 운명의 길에 순응하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인생이라는 외침 역시 묵직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에필로그 맨마지막 글귀에서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인용한다. 인생도, 골프도 과욕과 탐욕은 경계해야 하며 신이 예정한 코스대로 순리대로 살아갈때 의미가 있고, 그 속에서 인간 본연의 의지와 노력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설계할때 인간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린 불가능한 것을 바라봐선 안되는 거예요. (중략) 우리가 운명이니 사정이니 환경이니 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신의 섭리에 의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돼요. 인간은 이 지상에서 하늘에 있는 별들처럼 운행하는 거예요. 신은 별들이 서로 만나게 될 궤도를 미리 정해놓으셨기 때문에 만약 그들이 서로 헤어져야 한다면 그들은 반드시 헤어져야 해요. 그 뜻에 저항한다는 것은 헛된 일이 되거나 이 세상의 질서를 파괴시키는 일이지요”(‘독일인의 사랑’ 중 마리아의 말).

암튼 ‘인생의 거울’이라는 골프에 대한 저자의 일관된 외침이 결코 작아보이지 않는다. 책 분야는 자기계발서, 출판사 북오션, 264쪽, 1만6000원.

저자 김영상의 다른 책으로는 한국의 아웃라이어들(2013), 반상 위의 전쟁(2016), 대한민국 미식보감(2017·공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왜 빨리 사라질까(2018·생활시집), 학력을 허물고 자신만의 꿈을 짓다(2019·개정판) 등이 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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