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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견·상처 없이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공연…함께여서 행복”
13년차 ‘국대’ 코미디그룹 ‘옹알스’
마음의 고향인 대학로서 컴백공연
저글링서 비트박스까지 종횡무진
리더 조수원 투병으로 절실함 더해
병마 극복과정 멤버들 마음도 성장
에딘버러 페스티벌서 ‘죽을 힘’ 쏟아
피·땀·눈물 무대에 고스란히 묻어나
올해로 결성 13년차를 맞은 옹알스가 그들의 고향과도 같은 대학로에 돌아와 오는 2월 16일까지 관객과 만난다. [쇼플레이 제공]

채경선의 이마 위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잔뜩 뿔이 나 발그레한 분장을 한 얼굴이 달아오를 때마다 객석에선 폭소가 터진다. 하박은 채경선을 말리느라 정신 없고, 조준우는 그 사이 관객을 제5의 멤버로 트레이닝한다. ‘아기 힙합퍼’ 최진영이 등장하면 무대는 또 한 번 판이 바뀐다.

옹알스(Ongals·조준우 조수원 채경선 최기섭 하박 이경섭 최진영)의 삶을 산지 어느덧 13년. 멤버들의 얼굴에도 생활의 흔적과 삶의 깊이가 내려앉았다. 그들의 시간은 20대부터 거꾸로 흘렀다. 무대에서 옹알스는 나이를 잊는다. 주름진 얼굴로 연기하는 아기들의 모습도 관객들은 이질감 없이 받아들인다.

객석은 옹알스의 공연에서 여러 번 감탄한다. 진기명기에 가까운 저글링과 비트박스, 영혼까지 끌어올린 연기력, ‘쇼미더머니’에서 볼 법한 비트박스 실력에 놀라고, 아기들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사물의 세계와 상황 설정에 배꼽을 잡는다.

에딘버러 페스티벌(2010·2011 ·2017), 영국 웨스트엔드(2017)를 비롯해 전 세계 21개국을 돌며 ‘논버벌(Non-Verbal) 코미디’로 마음껏 웃겼던 옹알스가 대학로에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옹알스의 공연은 입소문과 관객 호평을 타고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공연 준비에 한창인 옹알스 멤버들을 최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만났다.

▶13년차 옹알스, “가수로 치면 댄스가수…체력관리 필수”=“대학로는 우리 모두에게 고향이에요. 멤버들이 방송 활동을 하기 전 대학로에서 공연을 시작했어요.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국내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에 이 곳에 서게 됐어요.” (채경선)

고향으로 돌아오기까지 옹알스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해 5월 배우 차인표가 감독이 된 옹알스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하고, ‘불후의 명곡’(KBS2), ‘복면가왕’(MBC)을 비롯한 TV 출연도 부쩍 늘었다. 거리에선 알아보는 사람도 많다. 해외 활동으로 한국 코미디언 최초의 기록들을 세워 ‘국가대표 코미디언’이라 불리면서도 정작 국내에선 뉴스 출연이 전부. 덕분에 옹알스의 숙원 과제는 국내에서의 ‘인지도 향상’이었다. 해마다 ‘격세지감’을 느끼며 거쳐온 13년이 멤버들 앞에 다시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세웠던 목표나 계획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적어도 뒤처지고 있진 않구나.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최기섭) “

“다만 조금씩 나이들어갈 뿐이죠.(웃음)” (채경선), “나이 드는 속도와 목표로 향하는 속도가 맞아야 하는데 전자가 조금 더 빨라 맞지 않을 뿐이에요.(웃음)” (조준우)

무대 위 옹알스의 공연은 복합예술에 가깝다. 공연의 웃음과 스토리를 좌우하는 마임, 현란하게 이어지는 저글링은 물론 눈 깜짝할 사이에 마술까지 선보인다. 한 곡의 노래를 만들어내는 비트박스가 어우러지고, 어른인 멤버들이 아기 분장으로 바라보는 세상도 연기해야 한다. “가수로 치면 발라드 가수라기 보단 댄스 가수거든요. 늘 체력 관리와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죠.” (조준우)

옹알스의 무대가 웃음에 감동까지 더해지는 것은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한 멤버들의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보여지기 때문이다. 맏형 조준우는 ‘태양의 서커스’에서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만큼 저글링, 마술 등 각종 기예에 능하다. 저글링 연습을 처음 시작하던 2002년, 그의 손은 공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땐 걸어다니면서도 했어요. 밥 먹을 때 빼곤 계속 했죠. 정말 미친놈처럼요.” 연습량으로만 따지면 1만 시간은 커녕 2만 시간도 거뜬히 넘겼다.

▶갑작스러운 시련…“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피나는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어도, 생각만큼 돈을 벌지 못해도 멤버들은 옹알스라는 이름의 자부심으로 오랜 시간을 같이 했다. “함께 연습하고,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옹알스)이었다. 그런 옹알스에게 지난 몇 년 시련도 있었다. 리더 조수원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는 옹알스의 땅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2016년에 수원이 형이 혈액암 판정을 받은게 멤버 모두에게 가장 힘든 일이었던 것 같아요.”(하박)

완전체 7인이 함께 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그때부턴 성공이 아니라 빨리 건강해져서 무조건 한 무대에 올라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 시기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쯤 큰 일을 겪으면서 더 끈끈하고 단단해졌어요.”(최기섭)

옹알스가 2017년 다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향한 것도 조수원의 투병이 계기가 됐다. “항암 치료 이후 나아졌다가 재발하면서, 이 사람이 가장 행복한게 뭘까 고민했어요. 에딘버러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말렸지만, 에딘버러에서 웨스트엔드까지 모두가 죽을 각오로 울면서 결정했어요.”(조준우) “똑같이 죽더라도 병마와 싸워 죽는 것보단 무대에서 죽는게 낫다는 생각이었어요.”(최기섭)

이미 9년 전 별점 다섯 개를 받으며 정점을 찍고 돌아온 옹알스는 다시 찾은 에딘버러에서 베스트 코미디 상까지 받고 돌아왔다. 행복은 또 한 번의 시련과 함께 왔다.

“2018년엔 항암 치료를 하면서 공황장애, 조울증도 오더라고요. 독한 약과 모든 정신적인 고통을 느끼게 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날 문득 옹알스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못 견디겠더라고요. 다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가 방해되고 짐이 되는 것 같았어요.”(조수원)

멤버들은 그 누구도 리더 조수원이 없는 옹알스를 상상한 적이 없었다. 조준우는 동생의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곁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돼줬다. 동생들의 마음도 같았다. 조수원은 “몸이 아팠던 것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며 “이 일을 계기로 모든 일을 담대하게 대처할 수 있는 어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수원의 항암 치료가 끝나고 한 무대에 서는 지금, 멤버들의 표정은 한층 깊어졌다. 옹알스 멤버들은 아무리 피곤해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좋다고 입을 모은다.

“예술의전당이나 라스베가스 공연을 목표라고 말했던 때가 있었어요. 사실 그건 우리가 함께 할 무대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한 때는 이룰 수 없는 목표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이뤄진 것들이 많아요. 이제 하나 남은 라스베가스를 우리의 목표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요. 꾸준히 어디에서든 함께 공연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요.“(조준우)

옹알스가 진심을 다해 만들어가는 웃음은 장벽도, 성역도 없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마음껏 웃을 수 있다.

“우리의 타깃은 지구인이에요. 덜 웃기더라도 상처주지 말자. 더 웃기려고 남들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아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편견도 상처도 없는 코미디가 옹알스 공연이 가지는 가치라고 자부하고 있어요.(옹알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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