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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2020년 ‘올해의 한자’는 과연…

한 해가 끝나면 누구나 지나간 1년을 반추한다. 특히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일부 언론, 단체, 기업 등에서도 단어나 글자 하나로 한 해를 돌이킨다. 가는 해 동안 있었던 안타까움과 과오를 반성하고, 오는 해를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맞겠다는 의미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는 ‘올해의 한자’ 하나로 한 해를 돌아보는 사례가 많다.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는 ‘하여금 령(令)’을 골랐다. 지난해 5월 즉위한 새 일왕의 연호(令和·레이와)를 이루는 단어 중 하나인 데다, 법령 개정으로 인한 소비세법 증가와 파사이, 하기비스 등 태풍으로 인한 각종 잦은 재난경보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에서는 ‘홍콩 시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글자가 선택된 사례가 많았다. 대만 일간지 연합보는 ‘어지러울 란(亂)’을, 싱가포르 일간지 연합조보는 ‘항구 항(港)’을 올해의 한자로 뽑았다. 연합보의 경우 국내 혼란과 함께 홍콩 시위까지 담은 한자를 골랐다. 연합조보는 홍콩(香港)의 한자 중 하나를 아예 키워드로 썼다.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은 ‘깨뜨릴 파(破)’를 고르면서 “일국양제가 약해지고 있다”고 이유를 댔다. 대부분 부정적인 뜻을 담은 단어나 한자가 대부분이었다. 혼란으로 점철됐던 2019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하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수신문은 지난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머리가 둘인 새)’를 선택했다. 한쪽 머리가 죽으면 다른 머리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 공명조(共命鳥)가 분열된 우리 사회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내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성인 3000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30대와 40대는 올해의 한자로 부정적이고 불안한 의미가 내포된 ‘위태할 위(危)’와 ‘란(亂)’을 각각 1위로 꼽았다.

본지도 2019년을 아우르는 올해의 한자로 ‘나눌 분(分)’을 선정했다. 보수와 진보, 광화문과 서초동 등 집회를 통해 표출된 ‘갈라진 민심’,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서 표현된 대로 지하와 지상, 빈(貧)과 부(富)의 격차가 점점 세상을 가르고 있음을 우려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분열이 아닌 화합을 통해 분(分)과 정반대 의미의 글자 ‘합할 합(合)’이 상징하게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채 열흘도 보내지 않은 새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지럽고, 나뉘어 있기만 하다. 새해 첫 주말,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에는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자신들의 주장만 옳다”고 하는 집회가 열렸다. 교통 등 시민들의 불편은 무시한 채 말이다. 당장 국회에서도 범여권이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남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고, 야권에서는 필리버스터 등으로 총력 저지하겠다는 태세다. 지난 연말처럼 볼썽사나운 모습이 또 한 번 목격될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에 우리는 합(合)이나 ‘화할 화(和)’, ‘모을 집(集)’ 등과 같은 하나로 뭉치는 뜻을 담은, 아름다운 글자를 올해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과연 사용할 수 있을까. 더욱이 올해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국민 분열은 더욱 가속될까 우려된다.

새해에는 분열을 획책하는 정치권과 사회 일부의 잘잘못은 일단 접어 두자. 그리고 역지사지(易地思之)해 상대 진영을 헤아렸으면 한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연말, 소통과 조화의 뜻이 담긴 올해의 한자를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신상윤 사회부 사회팀장/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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