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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상찮은 초저물가]대책없이 낙관론만 펴는 정부…‘위기의식’ 부재
기재부 "농산물·유가 하락에 복지 확대로 저물가"
내년 중 생활물가 안정 위해 수급·가격 안정 지속할 계획 내놔
시장, 민간수요 부족 우려와 함께 디플레이션 경계 목소리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기획재정부는 2019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농산물·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측 하방충격이 0.36%포인트, 복지정책 확대와 유류세 인하 등 정책요인이 0.24%포인트 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31일 설명했다.

품목별 물가상승률 기여도 [자료=통계청]

실제로 농축수산물 가격은 지난해 3.7% 상승했지만 올해엔 1.7% 하락했다. 양호한 기상여건 덕분에 공급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석유류도 국제유가 하락, 유류세 인하 영향으로 올해 5.7% 떨어졌다. 지난해 6.8% 상승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에 따라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를 웃돌았다.

이 외에도 무상교복 확대에 따라 남자학생복은 전년 대비 37.5% 하락했고, 무상교육 영향으로 고교납입금은 13.5% 떨어졌다. 월세(-0.4%), 보육시설이용료(-3.9%), 학교급식비(-41.2%) 등도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급 측 물가에서 저물가 원인을 찾은 기재부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경기침체) 우려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내년 중 농산물・석유류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물가상승률이 1.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생활물가 안정을 위해 수급, 가격 안정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계획만 내놨다.

시장과는 전혀 다른 원인 분석과 대처방안이다. 시장을 비롯한 민간 연구기관들은 '수요 부족'에서 저물가의 원인을 찾고 있다. 공급 측 물가가 하락한 부분도 분명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경기부진에 따른 민간수요 부족이 물가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고 보고 있다.

연간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0.7% 오르는 데 그쳤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9년 이후 가장 낮다. 경제위기 수준까지 물가가 떨어진 것은 그만큼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근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국제유가, 농산물 값 등 예측이 어려운 공급 측 요인을 뺀 수치로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살펴볼 수 있다.

저물가 기조가 전 세계에 걸쳐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는 그 수준이 지나치게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9~11월 한국보다 근원물가가 낮은 국가는 36개 회원국 중 그리스, 스위스 등 2개국가뿐이다.

아울러 기재부가 예측한대로 내년 물가상승률이 1.0%를 기록하더라도 저성장을 동반한 저물가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외부에선 주의깊게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목표치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0.4%, 한국경제연구원은 0.5%로 전망했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저물가 기조 지속으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기대심리 악화를 방지하고 총수요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며 "물가 관리 정책이 아니라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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