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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상찮은 초저물가] 2019년 소비자물가 0.4% 상승…1965년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저
통계청, ‘2019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
경기둔화로 수요부진 속 석유류·농산물 가격 하락 영향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2019년 한해 동안 소비자물가가 0.4% 오르는데 그처 1965년 물가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투자 등 경기가 둔화하면서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전년도에 크게 올랐던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급락하면서 초저물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물가도 안정된다면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 등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초저물가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많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경기와 물가가 동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2019년 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대비 0.4% 올랐다. 2018년(1.5%)에 비해 1.1%포인트 낮아지면서 1965년 물가통계 작성 이후 54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전 최저 물가는 저유가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겹친 2015년(0.7%)이었으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에도 물가가 1%를 밑돌았다.

이처럼 2019년 물가가 크게 낮아진 것은 무엇보다 경기둔화로 수요 측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수출이 1년 내내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위축됐고, 일자리·노후 불안으로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으면서 민간소비도 크게 위축돼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석유류 가격은 2019년 한해 동안 5.7%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내렸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1.7% 떨어지며 전체 물가를 0.13%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공급측 물가하락 요인에다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정부 정책도 저물가를 가속화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따른 변동을 제외함으로써 경제 내부의 물가상승 압력을 측정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도 낮았다.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0.9% 올라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0.3%) 이후 2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0.7% 올라 1999년(-0.2%) 이후 최저치였다.

다만 2019년 마지막 달인 1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0.7% 상승하면서 당장의 디플레이션 우려에서는 벗어나는 모습이다. 2019년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9월에 사상 처음 마이너스(-0.4%)를 기록한 데 이어 10월(0%)에 보합, 11월 0.2%, 12월 0.7%로 상승폭이 확대된 것이다.

그럼에도 대내외 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해 투자와 소비가 확대되기 어려운데다 앞으로 생산연령인구가 매년 20만명 이상 급감하는 등 수요를 위축시킬 요인이 많다. 때문에 당장 디플레 우려에서 벗어났다고 하다라도 현재의 초저물가가 디플레 전조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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