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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재, 7년이나 걸린 사할린 강제징용 사건 ‘심판 못한다’ 결론 (종합)
국가가 구제할 책임 있지만, 노력 부족하다고 볼 근거 없어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한·일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결론을 내렸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일제 강점기 사할린으로 넘어간 강제징용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구제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며 낸 헌법재판이 7년만에 끝났다. 우리 정부가 일본을 상대로 협의를 수차례 시도한 만큼 의무를 회피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으로, 헌재가 한·일 양국에 대한 책임판단을 유보함에 따라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27일 한문형(86) 씨 등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 동포들이 낸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3조’의 분쟁해결 부작위 위헌확인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각하 결정했다.

헌재는 우리 정부가 사할린 동포 구제를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2013년 6월 일본에 대해 대일청구권 문제에 대한 양국 입장이 충돌하는 데 따른 양국간 협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고, 이후 국장급면담과 실무자 협의를 통해 성의있는 대응을 촉구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헌재는 “국가가 피해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지 않았다 해도, 분쟁해결절차를 언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국가마다 가치와 법률을 서로 달리하는 국제환경에서 국가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부여받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종석 재판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헌법 상 국민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 재외국민 보호의무 등은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일반적·추상적 의무를 선언한 것으로, 국가의 국민에 대한 구체적인 작위 의무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이 재판관은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인 청구인들에 대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국가적 노력을 다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우리 모두 간절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행정부에 외교적 노력을 하라는 의무를 강제한들 이는 막연하고 선언적인 의미 이상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할린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7년이나 심리를 했음에도 본안 판단도 없이 각하 한 점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는 "7년이나 시간이 걸렸는데 본안 판단도 없이 각하 한 것은 청구인들의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은 아닌가. 헌재가 헌법적 관점에서 위헌인지 아닌지, 헌법소원의 대상인지 아닌지를 빨리 판단해서 줬어야 하지 않았겠나.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을 찾을 기회가 있었을 텐데, 헌재의 늦은 결정에 청구인들은 다른 기회들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씨 등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등으로 사할린에 동원된 자 혹은 그 가족들이다. 일본 소속 회사의 탄광 등에서 강제노동을 당하며 수령한 급여를 강제적으로 일본국 우편예금이나 간이생명보험으로 예금했다.

대한민국은 1965년 6월 일본과 한일협정을 맺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일본국에 대한 개인적 재산권이 소멸되지 않았고, 협정 체결 당시 사할린은 한국과 국교가 단절 돼 있어 협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한 씨 등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일본은 2000년 이후 사할린에서 한국으로 영주기국한 이들의 개인적인 재산권도 협정 당시로 소급해 소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씨 측은 협정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12년 11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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