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곤충은 없다(안네 스베르드루프-튀게손 지음, 조은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지난해 중국에 바퀴벌레 공장이 들어서 화제가 됐다. 듣기만 해도 징그럽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들이 하는 일을 알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바퀴벌레의 식욕은 지구 생물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맵든 짜든 음식이라면 가리지 않고 집어삼킨다. 이 공장은 이런 특성을 활용, 10억 마리의 바퀴벌레가 하루 55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 우리나라 중소 도시에서 발생하는 양과 맞먹는다. 개미 역시 음식물 처리반으로 재주가 비상하다, 개미군단은 맨해튼에서만 한 해에 핫도그 6만개 분량의 쓰레기를 처리한다, 곤충의 역사는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지는 20만년이지만 곤충은 무려 4억 7900만년이나 된다. 고도 60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 섭씨 50도가 넘는 온천에서도 살아남은 곤충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노르웨이 생명과학대 교수인 저자는 밀리미터 단위에서 펼쳐지는 플라스틱을 먹는 애벌레부터 은하수를 따라 걷는 쇠똥구리까지 120여종의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세계로 안내한다.
▶내일은 초인간(김중혁 지음, 밀리의 서재)=초능력자라고 하면 만리장성을 통과한다든지, 자동차를 손 안대고 들어올린다든지를 상상하지만 김중혁 소설의 초능력자들은 좀 희한하다. 누구도 잡지 못하는 도망치기 선수인 민시아. 세상의 온갖 소리들에 예민하게 열려있는 귀를 가진 한모음, 부끄러울 정도로 흐느적거리는 긴 팔을 가진 공상우 등 타고난 신체나 기능이 과도하게 발달한 이들이다.놀랄 만한 능력을 지녔지만 바닥인생들에겐 도움은 커명 거추장스럽고 혐오스런 ‘재능’일 뿐이다.가령 뛰어난 청각을 가진 주인공은 무엇보다 듣고 싶지않은 엄마의 흐느끼는 낮은 한숨 소리가 귀청이 떨어질 만큼 거대한 소음으로 느끼고 매일이 고통스럽다. 누군가에게는 절대음감일 수 있는 능력이지만 그에게는 지옥이다. 그런 무능한 초능력자들이 ‘초인간클랜’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모이게 되고, 하나의 사건이 그들 앞에 떨어진다. 동물원의 과잉개체를 도태시키기 위해 자율주행 트럭이 이용될 것이란 뉴스를 보게 된 이들은 이 트럭을 습격하기로 결정한다. 김중혁식 유쾌한 유머가 초능력의 세계에서 또 한번 빛을 발한다.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아라키 켄타로 지음, 김정환 옮김, 쌤앤파커스)=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듯이 구름도 그렇다. 최고의 구름전문가이자 기상연구원인 저자가 말하는 구름은 인간처럼 개성이 있다. 구름의 성격이나 행동패턴을 알면 구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건 물론 구름의 마음, 미래 모습까지 예측이 가능하다.저자는 구름이 어떻게 생성되고 발달, 소멸하는지 구름의 생애 일어나는 모든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구름의 모양은 어떻게 모두 다르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떠다닐 수 있는지, 솜사탕 같은 구름 속엔 왜 아무것도 없는지 등 구름에 관한 궁금증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구름을 보면 내일의 날씨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양떼구름이니 새털구름이 떠 있다면 우산을 준비하는 게 좋다. 뭉개구름은 다음날의 맑은 날씨를 예고한다. 층구름이 낮제 깔려있다면 다음날 아침은 우중충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진의 전조를 나타내는 화제의 지진운이란 있는 걸까. 저자는 대기 중력파에 영향을 미치는 건 대기 상태이지 중력장의 변동은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300여장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구름사진도 눈길을 끈다. 이윤미 기자/me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