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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취약채무자, 감면 제도 이용하세요

“반드시 제 힘으로 빚을 갚아서 연체자 딱지를 떼겠습니다.”

지난 7월 대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현장 방문 시 40대의 한 여성 분을 만났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54명의 고객을 직접 상담해온 필자에게 20년의 빚의 굴레 속에서 살아온 이 여성 분의 사연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한때 남편과 번듯한 횟집을 운영했던 그녀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급한 대로 금리가 높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받아가면서 버텼지만 매출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경제적 위기로 인한 가정 불화로 이혼을 하게 된 그녀에게 남은 건 2천만 원이 넘는 빚뿐이었다.

채무연체로 인해 일용직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고 거친 일터 환경 탓에 건강마저 나빠져 갔다. 빚을 갚기는 커녕 생계를 이어가기도 벅찬 하루하루였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에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하루 일하고 나면 하루를 쉬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도 스스로 번 돈으로 빚을 악착같이 갚겠다는 의지만은 버리지 않았다.

간절함이 통한 걸까.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신용회복위원회가 취약채무자 특별감면제도를 시행한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창구가 있는 대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 이자가 늘면서 빚이 5000만 원까지 불어난 상태였다. 하지만 필자와의 상담을 통해 빚을 원금의 70%까지 감면 받고, 매월 4만2000 원씩 3년 동안 갚으면 나머지는 모두 면제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빚 부담이 줄어든 것 외에도 채무조정 확정으로 연체정보가 바로 해제되어 은행 통장이 압류될 걱정도 없어졌다.

이같이 20년 동안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던 빚을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신용회복위원회가 금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취약채무자 특별감면제도를 이용한 덕분이다. 이 제도는 상환불능상태의 취약채무자가 형편에 맞게 3년 간 상환하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에는 취약채무자가 채무조정을 받았어도 평균 8년 이상의 오랜 기간 채무를 갚아야 해 신속하게 경제적 재기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는 정부와 함께 기초수급자와 고령자, 10년 이상의 장기소액연체자 등 취약채무자에게 맞는 새로운 지원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지난 11월 말까지 748명의 취약채무자가 특별감면 혜택을 받았다. 넘어져 혼자 힘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손 잡아주는 일이 필요하듯 빚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취약채무자 특별감면 프로그램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의 손길이 되고 있다.

또한 신용회복위원회는 채무조정 이후 긴급생계자금이 필요한 분을 위해 저금리의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노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현장간담회에서 만난 60대 여성분은 채무조정이 확정되고 식당 일용직으로 근무하며 변제금 상환하던 중 손을 다쳐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생계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알아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성실상환자 대출을 알게 됐고, 긴급 생계비 대출을 지원 받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1년 후 손과 목에 백반증이 발생하면서 또 한 번 일자리를 잃게 되었지만 생계비 대출을 추가로 지원 받아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채무조정 이후 지속적인 지원에 감사함을 전했다.

병에 걸린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당연하듯 빚 문제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도 채무조정제도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 빚으로 인한 고통이 질병이라면 맞춤형 채무조정 지원제도는 병을 고치는 수술이고 긴급생계자금 대출은 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빚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취약채무자들이라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제때 도움을 받으시기를 바란다. 신용회복위원회의 맞춤형 채무조정제도가 빚으로 인한 고민은 덜어주고 경제적 재기를 돕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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