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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준계약서 말 꺼내면 일 못해요 그 뒤로…”
비정규직·프리랜서등 법 보장 불구 구두 계약 일쑤
서울 서북권 여성 미디어 노동자 절반이 비정규직
48.8% 출산전후 휴가 알지만 눈치보여 이용못해
육체적·심리적 피로 탓에 삶의 만족도까지 떨어져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표준근로계약서가 법적으로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방송사에서는 관행처럼 ‘계약서를 왜 써?’ 이런 분위기이죠. 표준계약서를 쓰게 되어 있지만 얘기를 하면 이후에 그 친구랑 안해요. 일을….” (미디어업계 프리랜서 A씨)

“비정규직, 프리랜서 같은 경우에는 직종마다 다르긴 한데 일단 작가들은 고용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 낳고 돌아오고 싶어도 사실 돌아올 곳이 없죠 . PD가 연락을 하지 않는 이상….” (미디어업계 직장맘 B씨)

여러 산업 분야마다 표준근로계약서가 존재한다. 그러나 미디어 산업에서는 프리랜서의 경우 대부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계약하고 일을 하는 관행이 만연하다. 게다가 잦은 프로그램 개편, 불규칙한 노동시간 등 불안정한 노동조건은 미디어산업 여성 종사자들에게 결혼과 임신·출산을 유보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4일 서울서북권직장맘센터에 따르면 서울 서북권(마포구·서대문구·은평구)은 여성 미디어노동자가 가장 많이 몰린 지역으로 정보통신업에 종사하는 정규직 여성 비율은 28.2%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정규직 여성 비중은 49.9%로 평균보다 높다. 정보통신업은 다른 산업보다 평균 임금 수준이 높고 4대보험과 상여금, 유급휴가 등의 수혜율이 높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조건은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미디어 산업 비정규직 직장맘들은 임신·출산·육아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최근 미디어 산업 여성종사자 일-생활균형 실태조사 결과 유자녀 응답자 141명중 출산전후 휴가는 알고 있으나 이용한 적이 없거나 해당 안된다는 응답이 48.8%이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직장 보육시설도 절반 이상이 알지만 이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자녀 응답자의 48.6%가 가족 또는 지인의 돌봄으로 자녀를 보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가장 희망하는 자녀 돌봄 방식으로는 직장 어린이집이 40.8%로 가장 높았고 이어 국·공립 어린이집(13.8%)을 희망했다.

미디어산업에 종사하는 40대 워킹맘 한모 씨는 “계속 일과 육아에 너무 치여 사니까 인생이 재미없다. 물론 사람 하나 키우는 게 중요한 건 알지만 내 만족도가 떨어지고 자괴감에 빠진다”며 “요즘은 남편과 육아와 가사노동 분담 불균형으로 인한 부부 갈등까지 발생했다”고 했다. 즉 비정규직 직장맘들은 일과 육아로 인해 육체적·심리적 피로와 함께 자괴감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서북권직장맘센터 관계자는 “서울시와 정부가 서북권 미디어 산업 여성, 특히 비정규직·직장맘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정해 이들의 노동 실태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일과 생활이 균형 이룬 ‘맞춤형’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지난 23일 업종별 표준계약서 도입과 관련 기관·단체 지원 확대를 위한 ‘서울특별시 프리랜서 권익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개정 조례는 프리랜서들이 불공정 계약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업종별 표준계약서 보급·적용을 도입했다. 조례 개정안을 발의한 서윤기 의원은 “조례 개정을 계기로 프리랜서 권익 보호와 지원을 위한 서울시 정책이 더 많은 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집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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