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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일 무역적자 17년來 최저…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경기불황 여파 장비 수입 감소
불매운동 따른 車·의류도 영향

올해 대일(對日) 무역수지 적자가 1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경기 불황으로 일본산 장비 수입이 줄어든 데다 불매운동 여파로 자동차와 의류 등 소비재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양국간 갈등의 부산물이라는 점에서 우리로선 반길일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23일 한국무역협회와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 수입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증감률을 기록 중이다. 12개월 연속 전년의 수입 규모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대일 수출 역시 올해 2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그 결과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올해 11월 누적 175억달러로 지난해 241억달러 대비 약 27%(66억달러) 축소됐다. 대일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른 속도로 줄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2002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적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중반 들어 매년 200억달러 이상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전체 대일 교역규모(수출+수입)도 올 11월 누적 기준 698억달러로 2004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작았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가 대일 무역에서 흑자를 내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서 소재와 장비를 수입해 만든 중간재를 다시 중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라 전체 교역 규모가 줄었고, 여기에 일본의 수출 규제가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대일 부품·소재 수입은 지난해 내내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 1월 감소세로 전환, 수출 규제가 단행된 7월부터는 감소세가 -4%대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자동차와 의류 등 소비재 수입도 감소했다. 11월 누적 대일 소비재 수입은 지난 2012년 이후 7년 만에 마이너스 증감률을 기록했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0~4%대 증가율을 보였지만 9월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특히 10월 11월에는 각각 -12%, -16%까지 감소폭이 확대됐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와 업계가 소재·부품·장비의 ‘탈(脫)일본’ 전략을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나간다면 대일 무역 역조 흐름이 뒤바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이번 수출 규제가 서로에게 큰 상처로 남았기 때문에 예전 수준의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과의 무역에서 정치 리스크가 새로 등장했고, 앞으로 정부 간 관계를 염려해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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