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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악전고투 속에 피어난 희망의 꽃…기업인들에 박수를

“올해보다는 낫겠죠”

취재 현장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채 열흘도 남지 않은 2019년을 이렇게 떠나보내고 싶어했다. 지난 한해 기업들의 어깨를 무겁게했던 국내외 경영 상황에 대한 아쉬움과 다가올 2020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얽혀있었다.

세밑이 다가온다. 2019년을 되돌아보는 모습들이 연출되는 가운데 기업들 역시 한해를 정리하는 데 분주하다.

기업들마다 받아든 한 해의 경영 성적표는 다르지만 2019년은 어느 때보다 우리 경제계를 뒤흔든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다.

지구촌 경제패권을 놓고 맞붙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수출에 편중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강요하는 두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경제는 한길 낭떠러지 위를 걷는 외줄타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사로 촉발된 열도발 무역보복의 쓰나미도 우리 경제를 강타했다.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반도체를 포함해 기계, 화학, 소재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완화 조짐이 보이고는 있지만, 무역분쟁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의 피해를 가늠하기 힘들어 마냥 안심할 순 없는 단계다.

지표만 봐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고전하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초 발표한 수출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우리나라 수출은 12개월 연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3%나 감소했다. 특히 지난 6월 이후 두자릿수 감소율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 심각성을 방증한다. 수출 주력 품목인 선박,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의 부진은 더 뼈아프다. 수출 지역으로도 주요 수출 대상인 아세안과 중국, 일본에서 10% 이상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은 기업들로 하여금 완전히 새로워진 고용 환경에 직면하게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 합계 29%라는 전례없는 인상폭을 기록했다. 그나마 내년 최저임금이 2.9% 인상되며 기업들이 숨돌릴 틈을 갖게 됐지만, 인건비가 경영 환경에 미치는 충격은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기업들의 아우성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에선 ‘주 52시간 근로제’가 최저임금보다 더 큰 부담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개최한 ‘근로시간 단축과 중소기업 영향 토론회’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들은 3조3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감소액도 1인당 월평균 33만4000원에 달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같은 기업 환경 악화와 맞물려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여야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기업들이 애타게기다리는 경제 법안들을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게 했다. 현 정부가 출범 기치로 내세운 ‘공정경제’는 기업을 적폐이자 개혁돼야 하는 대상으로 낙인 찍으며 국민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를 부채질하기도 했다.

이런 암초 속에서 기업들은 2019년을 참 용케도 버텼다. 아니, 그냥 버티기만 한게 아니다.

일본의 주요 소재 수출규제에 맞서 해당 품목들의 국산화, 내재화를 통해 그 충격을 상쇄시킨 건 오롯이 기업들의 공이다. 정부의 지원대책이 있긴 했지만, 기업들은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기 위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생산 라인을 교체하는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일본의 규제 보복을 온 몸으로 막아냈다.

어려운 경영 상황 속에서도 채용을 줄이기보다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고용시장 안정에 이바지 한 것도 기업이다. 또 글로벌 시장 곳곳을 누비며 과감한 대규모 투자로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KOREA’ 브랜드를 지구촌에 알린 것도 올 한해 기업들이 거둔 수확이다.

유무형의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빼놓지 않았다. 올 한해 고군분투했던 기업들이 내년에는 좀 더 개선된 기업 환경 속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국가경제에 환원할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국민들의 지원과 격려가 절실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재직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국 기업들에 대해 애정과 자부심을 가진 국민들이 한국만한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부도덕한 부의 창출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 기업들은 칭찬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2020년에도 우리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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