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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관계 분수령] 최악 경제갈등, 정상회담 계기 봉합 기대…아베 정부 역사인식이 걸림돌
7월 수출규제로 촉발된 경제갈등 해빙 기류
소·부·장 자립화 등 차질 없는 집행 과제 여전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지난 7월 반도체 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돼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경제갈등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달 20일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이었던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해빙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정상화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갈등의 ‘출구’가 마련되더라도 완전 정상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일본 아베 정부의 과거사, 특히 일제 강점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만행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의 뿌리가 깊고 독도 문제 등 영토 갈등도 언제든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활화산’이기 때문이다.

한일 경제관계는 일제의 강제징용에 대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 지난 7월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3개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급격히 경색됐다. 일본은 7월 1일 이 방침을 발표하고, 곧바로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어 8월 7일에는 한국을 수출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도발을 이어갔다.

지난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갈등이 최근 일본의 일부 수출규제 완화 및 오는 24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 등으로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사진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10일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출시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국내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모습. [헤럴드 DB]

이에 우리측에서도 정면대응 방침을 밝히고 8월 2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고, 같은 달 20일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의 종료 방침을 발표했다. 동시에 우리 정부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며 일본이 경제도발의 무기로 삼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계획을 발표·추진했다.

한일간 강대강(强對强) 경제전쟁은 양국 경제에 큰 상처를 남겼고, 동북아 안보지형에 균열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증폭됐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과 전체 경제는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고, 우리 국민들의 일본산 불매 및 일본 여행 자제운동으로 일본의 유통·주류 기업 및 관광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강대강 대결은 우리나라가 지난달 22일 지소미아 종료의 효력 정지와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절차 중지를 발표하면서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이달 16일엔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국장급으로 격상해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했고, 20일엔 일본이 3개 규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이어 24일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중대 분수령을 맞은 것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를 계기로 회담한 후 15개월 만으로 수출규제와 지소미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한 정상화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출규제의 해제 및 원상회복까지 이루기 위해선 일본의 수출관리령 개정 등의 절차도 거쳐야 해 갈길이 멀다.

때문에 완전한 정상화보다 양국 정상이 이들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를 확인하고, 실무 및 고위급 대화와 협의를 이어가기로 하는 선에서 합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양국의 대결국면에서 벗어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도 그동안 추진해온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화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제2, 제3의 경제도발이 발생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경제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우리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일 관계가 중대 분수령을 맞았지만, 만성적 대일 무역적자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경제의 영원한 숙제인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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