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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산부석 앉은 50대男 “배려석인데 뭐” 당당
‘임산부석 강제아닌 배려석’ 81%
민원도 1만건 돌파…“전용석으로”

#1. 지난 19일 서울 2호선 지하철 안. 한 50대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임산부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다. 기자가 ‘임산부석인데 앉으신 이유가 있나’라고 묻자 남성은 “전혀 몰랐다. 무릎이 안 좋아 급하게 문이 열리자마자 빈자리에 앉은 것”이라고 답했다. 임산부석에 앉은 또다른 시민 A(77)씨는 같은 질문에 “눈에 잘 안 띄었다. 다리가 아파서 앉았다. 못 봤다. 모르고 앉았다”라고 말하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2. 임신부 B씨는 최근 지하철 임산부석 앞에서 모욕감을 느꼈다. 한 아이의 엄마가 자신의 임산부 배지와 배를 보고 임산부석에서 일어나려는 아이에게 “아직 내릴 때 안 됐으니 신경쓰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B씨는 “임산부석이 의무적으로 임산부에게 비켜주는 자리가 아닌 배려해주는 자리란 걸 잘 알지만 임산부 배지까지 달았는데 바로 앞에서 그런 말을 들어 속상했다”고 말했다.

임산부석을 두고 갈등과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 건수는 1만814건으로 2019년 7312건에 비해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17년부터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것으로 홍보를 했다”며 “앉으면 안 되는 자리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민원이 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사 측이 지난 6월 서울 지하철 이용 시민 6179명(임산부 1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산부석에 앉은 이유에 81.50%가 ‘비워져 있어서’와 ‘강제가 아닌 배려석이라서’라고 답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다. 임신·출산·육아 커뮤니티 맘스홀릭에서 한 임산부는 “퇴근길 임산부석에 어떤 여자가 앉아 있어 앞에 섰는데 배지를 보자마자 자는 척을 하더라”라며 “임산부석인데 자리 양보 좀 해달라고 하니 본인이 독감이라 아파서 안 되겠다. 노약자석도 못 가겠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분노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혹시 빈자리가 있을까 싶어 두 칸이나 건너 왔는데 모든 임산부석에 딱봐도 절대 임산부일 수 없는 아줌마들이 앉아 있다”며 “배가 나오고 배지를 달고 있어도 못 본 척 핸드폰만 하고 있다. 진짜 한숨 나온다”고 글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자 임산부석을 ‘전용석’으로 만들어달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모 씨는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에 “임산부 배려석은 마치 일반석을 뺏어 놓은 모양새로 일반인이나 임산부 모두에게 불쾌감을 준다”며 “임산부석도 노약자석처럼 구분 설치가 돼야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임산부 배려석 개선에 관한 청원이 지난해부터 8건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임산부 배려석 불편민원 증가 원인으로 68.47%가 ‘사회적 배려문화 부족 때문’이라고 답했다. 응답자들 중 29.2%가 인위적인 장치 마련이나 명칭변경(배려석→전용석 등) 및 법적제재를 해결 방안으로 꼽았다. 공사 관계자는 “일반인 대상, 자발적 임산부 배려문화 정착을 위해 홍보 및 캠페인 등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정착이 되지 못한 현실을 인정한다”며 “(인형·접이식 의자 등)인위적인 장치 설치의 경우 낮은 실효성과 사회적 갈등 유발 가능성이 있어 도입 계획이 없으며, 임산부 배지 시인성 강화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상현 기자/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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