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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형제 논의 어디까지 ⓶] “인간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할 문제”
‘오원춘 사건 변호’ 김상배 변호사 인터뷰
사형→무기징역 감경되자 손목에 염주 찬 오원춘
“집행 않으면 사형수나 무기수 마찬가지지만, 당사자에겐 차이 커”
“유가족 생각하면 어려운 문제… 가해자 생존 납득 못할 것”
“복수와 용서 어느 쪽 권장할지 생각하면 답은 정해져 있어”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오원춘이 항소심에서 사형을 면하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뒤 구치소 접견을 간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손목에 염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없었지요. 불경을 읽어보겠다는 생각도 전에는 못했겠지요. 사람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사람이, 그 때 접견에서는 ‘고맙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국선 전담 변호사로 활동했던 김상배(48·사법연수원 37기·사진) 변호사는 2012년 10월의 오원춘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김 변호사는 오원춘 사건을 맡고 싶어서 맡은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서울고법에서 외국인을 전담하는 합의재판부에 속한 국선전담 변호사였다. 한국 사회를 떠들썩 하게 했던 오원춘 외에도 팔달산 토막살인 박충풍 등 강력·흉악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들을 변호하는 상황에 놓였다. 오원춘은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고, 박춘풍은 2심에서 사형이 구형됐다.

김 변호사는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양론이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지만, 국가형벌권이라는 관점에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합법적인 권한으로 국민을 줄일 수 있는가, 흉악범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수단이 생명을 뺏는 것 말고는 없는 것인가”라는 게 그의 반문이다. “한국은 1997년 이후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사형수나 무기수는 실질적으로 같습니다. 그런데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천지차이입니다. 사형이냐 무기징역형이냐는 적절한 형벌의 강도를 선택해야 하는 법관의 입장에서도 중요한 선택 사항입니다.”

찬·반 양론이 팽팽한 만큼, 사형수 변호를 경험한 김 변호사도 이 문제에 대해 단정으로 말하진 못한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절대 동의 못할 문제라고 했다. “피해자 유가족의 입장을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내 가족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가해자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생각하면, 특히 본인이 낸 세금으로 구치소에서 가해자가 살아간다면 정말 납득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변호사는 “오원춘의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본인도 정신이 없어서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보인다”고 했다. “순간 욱 해서 사건을 저지르고, 숨기려고 하다가 정신없는 일들이 벌어진 것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사람들은 다들 욱하는, 순간적인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굉장히 극단적인 생각을 이들은 실행에 옮겼을 뿐이지요. 이들이 구치소 안에 있으면서 교화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건 정신과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 변호사는 “정말 어렵고 철학적인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영화 중에 그런게 있지요. 내 가족을 죽인 사람을 끝까지 추적해서 복수해서 죽이는 영화. 저도 속 시원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게 사회적으로 권장이 돼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유가족이 가해자를 용서하는 경우는 어떤가요. 사회에선 추앙하지요. 사회에서는 복수와 용서 중에 무엇을 더 좋게 보나요. 우리는 어느 것을 더 권장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할까요.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닐까요.”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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