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I ‘2050년 대학교육’ 예측
수능 연중응시 등 대입 완전 자율화
사이버 기술 발전…캠퍼스 없는 대학
AI활용 필수…‘자율적 맞춤인재’ 우대
美 조지아공대 2016년 AI 조교 도입
KAIST 등 스마트 강의실 구축 앞장
정부, 교육시스템 변화 정책 잇단 발표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050년에 이르면 교수가 주도하는 수업은 더 이상 만나보기 어렵게 된다. 강의나 실험은 학생 주도의 프로젝트 문제해결 수업으로 바뀌고, 학생은 교수와 지능형 AI 로봇과 협력해 학습하게 된다. 대학입시는 완전 자율화 될뿐만 아니라 사이버 기술의 발전으로 캠퍼스 없는 대학들이 다수 등장한다.
19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STEPI 미래연구포커스’ 최신호를 통해 한 세대 후 대학 교육을 예측한 내용이다. 1년에 단 한 차례 치러지는 수능이 연중 응시체제로 바뀔 뿐만 아니라 입시 없는 대학이 다수 출현한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겨 있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제도연구실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이 너무 늦게 실현되면, 이미 새로운 5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할 때 그 변화된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며 “이제 교육은 100년 대계가 아니라 20년 혹은 30년 대계”라고 설명했다.
▶30년 뒤, 지능형 로봇과 수업한다…디지털에서 AI로 = 보고서에 따르면 교수가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이나 정부 통제의 입시제도, 타인과의 상대평가는 30년 뒤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한 세대 후에는 입시는 ‘선택’이 되고 AI 활용은 ‘필수’다. 수업 성적은 절대평가로 산출된다.
이는 알기 위한 사고, 지식의 재생산, 단순 지식의 암기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가 원하는 인재의 능력이 아니라는데 있다. 미래 세대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 유연성을 갖춘 ‘자율적 맞춤 인재’가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를 경험하게 된다.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 대우받는 시대라는 의미다.
특히 보고서는 “한 세대 후 교육 환경은 지금과 같은 디지털 환경이 아닌, AI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전 버니 트릴링과 찰스 파델이 제시한 21세기 스킬이 정보통신기술 활용 능력을 갖추는 ‘디지털 리터러시’였다면, 이제는 AI 활용 능력이 인재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변화에는 급격한 인구 감소와 함께 지능화 혁명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으로 AI와 ICT 등을 결합한 기술 진보에 따라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 수의 15~30%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단순한 반복 업무 종사자 수의 급감이 불가피하다. 반면 AI 반도체, 블록체인,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등 새로운 산업이 증가하고 고급 일자리가 생기거나 그 비중이 늘어난다. “새로운 직업·직무가 나타나면 이에 대응하는 전공과 학과 개발이 활발해지고 대학의 변화는 더욱 클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AI·VR·블록체인 만난 캠퍼스, 미래가 아닌 현실 = 이렇다보니 당장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실 풍경은 필연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미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한양대 등 일부 대학들이 AI 챗봇, VR 실험실, 스마트 강의실 도입 등 스마트 캠퍼스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포항공대는 올해부터 캠퍼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커뮤니티에 자료 등을 올리면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받고, 이를 교내 식당이나 문구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한발 더 빠르다. 미국 조지아공대는 지난 2016년 컴퓨터과학 수업에서 AI 조교를 활용했을 정도다. AI 조교는 한 학기 내내 1만 개가 넘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시험 기간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미국 IBM사의 AI인 왓슨을 기반으로 설계된 AI 조교의 언어 능력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학기 5개월이 지나서야 학생들이 해당 조교가 AI라는 사실을 알았을 정도다.
‘대학 교육 혁신의 아이콘’으로 회자되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는 학생의 특성에 따라 학습 방법을 제시하는 AI인 ‘이어드바이스’를 만들어 입학 단계부터 전공 선택과 학습 방법을 돕고 관리하고 있다. 이후 졸업생 증가율은 10년간 71%가 올라갔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육 시스템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한국 정부는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올들어 관련 정책을 줄지어 발표하며 대응하고 있다.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지식과 융합 역량을 갖춘 연구자를 양성하기 위해 KAIST와 고려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광주과기원을 국내 첫 AI 대학원으로 선정했다. 지난 8월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대학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했고, 아울러 지난 17일에는 범정부 차원의 AI 국가 전략이 발표됐다. 국가 차원의 교육·산업·경제 가치체계도 변모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우리나라가 아직은 미국, 중국 등 외국보다 AI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 있다”라며 “그런 차이를 최대한 빨리 따라잡아서 비슷하게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형태로 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