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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건 ‘北외면’속 빈손출국…중러는 제재공조 이탈, 美 셈법복잡

방한 일정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방한 기간 북한에 회동을 제안했던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가 17일 '응답'을 받지 못한 채 결국 ‘빈손’으로 출국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북한이 미국이 내민 손을 외면, ‘판문점 점촉’이 무산되고 이에 따라 북미가 '싱가포르 이전'의 강대강 대치로 회귀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연말 한반도 정세가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말 시한을 앞두고 협상 재개의 극적인 돌파구 마련을 통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추가 도발을 막고 반전의 모멘텀을 살리려던 미국으로선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비건 대표의 방한 중인 16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요구 결의안 초안을 제출, 공조 이탈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의 고민은 더욱 커지게 됐다.

북한이 최근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 두 차례에 걸친 ‘중대한 시험’을 진행, ICBM 도발 가능성 등 대미 압박을 높이는 가운데 제재 강화 카드 등을 시야에 넣고 있는 미국으로선 중·러의 엇박자로 대북 지렛대가 약화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북제재를 비핵화 견인의 최대 무기로 삼아왔던 미국 입장에선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중·러의 기습적인 '행동 개시'에 허를 찔린 모양새가 연출된 상황이다.

비건 대표는 2박 3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17일 오후 일단 일본으로 이동했다. 일본에 머무르는 19일까지도 북한의 ‘답’을 기다릴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전망은 매우 불투명해 보인다.

북한이 연말시한을 앞두고 ‘성탄절 ICBM 발사’ 도발 등 실제 '새로운 강경한 길'을 택할 경우 미국도 대북제재 강화 등 이에 상응하는 강경 대응으로 선회할 공산이 작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도 과거 '화염과 분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재선가도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 리스크가 적지 않다. 핵실험·ICBM 발사 중단을 최대 외교 치적으로 삼아온 가운데 대북성과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 대표가 한국을 떠나기 전인 16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북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무언가 진행 중이면 나는 실망할 것이고 우리는 이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성탄절 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며 다시 한번 경고에 나선 것이다.

다만 첫 번째 '‘중대한 시험’ 당시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이라고 강한 트윗 발언을 쏟아낸 것에 비하면 다소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도 이날 중·러가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을 포함,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하자 "지금은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비건 대표가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한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북한이 신호를 보내지 않는 가운데 가시적 비핵화 행동 없이는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길’ 선택에 대비, 제재 강화로 상징되는 강경 기조로 궤도를 수정할 채비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특히 유엔 안보리 차원의 단일대오를 촉구하며 대북제재 완화 행동에 나선 중·러를 향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북·중·러의 밀착 가능성을 경계하며 이들에 동시에 경고음을 발신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북미 간 협상 결렬에 대비, 제재 강화 등을 위한 명분 축적도 염두에 뒀을 미국으로선 중·러의 이탈로 국제 공조 전선에 누수가 발생하면 사실상의 최대 압박 전략은 힘을 쓰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고민의 지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전체 판을 깨지 않길 원하는 중·러의 체면을 구겨가면서 도발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셈법이 미국 입장에서도 내심 가동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미국은 외교를 통한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에 계속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유럽을 방문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그들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것(시험)을 할 것 같다”고 도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나는 희망적이다. 다른 대안은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국무부도 '외교'를 통한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이 요구해온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실질적 내용물을 내놓지 않는 한 북한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국 파국을 막기 위해 그동안 ‘톱다운 케미’를 보여왔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북미 정상이 ‘친서 외교’ 등을 통해 교착 타개를 위해 직접 다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husn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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