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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 잦은 술자리…“아들보다 딸이 더 걱정”
여성, 위장에 알코올 탈수효소 적어 간 손상 위험 높아…음주후 ‘커피’ 이뇨작용으로 탈수 유발
지나친 음주는 알코올성지방간 등 간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음주 전 식사나 음주시에는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 직장인 최모(33, 여)씨는 연말 인사발령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 남보다 빠른 승진에 여기저기서 축하와 함께 한 턱 쏘라는 얘기가 많았다. 기쁜 마음에 거부할 수 없어 저녁 자리가 많아졌고 여기에 연말 송년회 자리까지 더해지며 12월에는 주 3일 이상 술자리를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숙취로 저녁 자리를 가진 다음 날은 피곤함에 업무가 힘들 정도가 됐다. 결국 지난 주 하루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었지만 이번 주 또 다른 술자리가 있어 걱정이다.

연말이면 한 해 동안 수고한 서로를 격려하고자 저녁모임이 평소보다 많아진다. 이럴 때면 술이 빠지지 않는다. 술은 사람들을 가깝게 해주고 즐거운 자리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 매개체이지만 자칫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간질환 위험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 분해 효소 부족한 사람, 잦은 음주는 간질환 위험 ↑=숙취는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대사물질 때문에 발생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ALDH 효소를 통해 2차 분해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과음하면 분해 능력에 과부하가 생겨 미처 분해를 끝내지 못한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히드가 그대로 체내에 축적되게 된다.

숙취의 주된 증상은 메스꺼움, 두통, 심장박동수 증가 등이다. 흔히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은 이 ALDH 효소가 부족한 것으로 알코올 분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한 사람은 과음할 경우 알코올성지방간, 간암, 간경화, 심·뇌혈관질환 등 위험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각한 경우 급성 심장마비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숙취는 당장 다음날에도 문제가 되지만 장기적으로 축적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잦은 음주는 간의 영양 부족 상태를 만들어 간 질환으로 쉽게 발전하게 만든다. 더구나 간은 손상이 심해질 때까지 거의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난 후에야 질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김지훈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 교수는 “숙취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신경계, 면역계, 소화계, 내분비계 등 모든 내장 기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특히 B형, C형 간염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거나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과음하게 되면 증상이 악화돼 간경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양 마신다면 여성이 남성보다 간질환에 더 취약=음주는 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술로 인해 생기는 알코올성 간질환은 간질환의 약 14%를 차지한다. 발생 위험은 술 종류에 관계없이 총 알코올 소비량에 따라 증가한다. 음주는 한국인 간경변증과 간세포암의 주요 원인으로 한해 알코올 관련 사망자수는 10만명당 9.6명에 달한다.

김기애 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음자의 약 85% 이상에서 관찰되는 지방간이 생기면 황달 증상과 함께 간이 딱딱해지거나 크기가 위축되는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섭취하는 잘못된 음주습관은 간질환의 위험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은 남성과 같은 양의 음주를 하더라도 간질환에 더욱 취약하다. 여성은 위장에 알코올 탈수효소가 적어 알코올의 생체 이용도가 증가해 간 손상 위험도가 자연스레 높아진다. 또 높은 체지방 비율에 더해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이 심화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음주 전 간단한 식사, 술 마실 때 물 마시는 것 좋아=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음주는 일주일에 3회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손상된 간세포가 회복하는 데는 최소 3일은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보통 소주 1병의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평균 4시간 이상이 걸리므로 술은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음주 시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도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춰 세포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음주 전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도 좋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가 빨라 혈중 알코올농도가 빨리 올라간다. 김지훈 교수는 “안주도 영향을 미치는데 탕요리나 튀김의 경우 짜거나 맵고 지나치게 기름져 오히려 간의 피로함을 더할 수 있다”며 “치즈, 두부, 생선 등 고단백 음식을 섭취하거나 채소나 과일, 조개류 등 알코올 흡수 지연 효과와 타우린 성분이 함유된 안주를 함께 먹는 것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커피는 이뇨작용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음주 후 섭취는 권장하지 않는다. 사우나 등 땀을 흘리는 행위는 땀으로 알코올을 체외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지만 탈수로 더욱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선영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음주 후에는 이뇨작용으로 탈수가 유발되고 음주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혈중 당 농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공복 시 음주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며 “술깨는 음료에 대한 과잉기대보다는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고 음주 간에는 충분한 수분과 음식물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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