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일본이 대한(對韓) 수출규제를 시작한 이후 한국에 대한 수출이 한국의 일본에 대한 수출보다 2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올 7∼10월 일본의 대한 수출액은 1조6433억엔(150억1000만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0% 감소했다.

이 기간 한국의 대일 수출액은 101억9000만달러에서 94억8000만달러로, 7.0% 줄었다.

일본이 수출규제로 인해 오히려 자국에 피해를 준 자충수가 된 셈이다. 한국은 일본의 3위 수출국이다.

또한 해외분업에 의존하던 한국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오히려 강화해주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소부장 대책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해 대한 수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수출규제 이후에도 3개 품목 수출은 상황에 따라 이어져 오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규제 한 달 만에, 고순도 불화수소 중 기체인 에칭가스도 같은 달 말 수출을 허가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9월 말, 액체 불화수소인 불산액은 WTO 2차 양자협의를 앞둔 지난달 중순 수출을 허가했다.

결국 수출허가 지연만 있었을 뿐이며, 이로 인한 국내 기업의 직접적인 생산 차질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정부와 업계의 발빠른 수입대체 조치와 국산화 대책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 10월 국내 디스플레이·패널 공장에서 사용하는 불화수소를 100% 국산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국산 불화수소 테스트를 완료했다. 재고가 소진되는 동시에 생산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의 대한 수출제한 조치로 국내 산업계가 생산 차질을 빚은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양국은 오는 16일 3년 만에 재개되는 한·일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계기로 양국 갈등 해소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와 업계에서도 이번 회의에 거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일본 측은 줄다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6일엔 “(수출규제 조치 수정안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16일 정책대화에서 이 문제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했지만, 13일 기자회견에서는 "대화에서 한국의 수출 관리제도나 운용의 불충분한 점을 다룰 것을 상정하고 있다. 대화를 거듭해 그런 점이 해소되면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겠냐”고 밝혔다.

이밖에 경색됐던 양국 관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직전 양국은 극적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달 하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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