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운자] 22년 전 이탈리아의 한 미술관에서 도둑맞은 것으로 알려진 유명화가의 그림이 해당 미술관 벽 속에서 원래 그대로의 상태로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ANSA 통신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도시 피아첸차의 리치 오디 미술관 앞 정원에서 가지치기하던 한 인부는 작업하다 예상치 못한 발견을 했다.
미술관 건물 외벽을 덮은 담쟁이덩굴을 손보다가 우연히 금속으로 된 작은 문을 보게 됐고, 그 문을 열자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그림 한 점이 있었던 것. 해당 인부로부터 신고를 받은 미술관 측은 해당 그림을 보고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22년 전인 1997년 2월 미술관에서 도난당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그림은 ‘아르누보의 대가’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가 1917년 그린 젊은 여인의 초상화다. 말년인 1916∼1918년 사이 완성된 여러 개의 여인 초상화 가운데 하나로 당시 누군가의 침입한 흔적조차 없이 감쪽같이 사라져 미술관과 수사당국을 당혹케 했다.
경찰은 누군가가 천장의 채광창을 통해 낚싯줄로 그림을 끌어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범인은 물론 도난당한 그림도 끝내 찾지 못했다.
이탈리아 미술계에선 이 그림이 1969년 시칠리아의 한 성당에서 홀연히 사라진 카라바조 그림에 이어 두 번째로 가치 있는 도난 미술품으로 회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애타게 찾던 그림이 도난당한 바로 그 미술관 건물의 외벽 속에서 22년 만에 발견된 것이다.
그림이 발견된 공간이 원래 있던 것인지, 그림이 언제부터 그곳에 숨겨져 있었는지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그림 상태가 매우 훌륭하다”면서 작품을 되찾은 것에 대한 감격을 전했다.
그는 “그림이 도난 된 뒤 미술관 전체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흔적조차 찾지 못했었다”면서 “이처럼 인적 드문 외진 벽 속에 고스란히 감춰져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술관으로부터 해당 그림을 넘겨받아 다시 수사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울러 전문가에 감정을 의뢰해 그림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