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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교수] 한해의 끝에서 4차산업혁명을 바라보며

2019년도 역시 다사다난했다. 봉준호 감독, BTS 등 문화예술분야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세계 최초 5G기술의 상용화로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반면 경제는 침체됐고 수출은 저조했으며, 정치적 극한 대립으로 피곤했던 한해로도 기억될 것이다.

4차산업혁명 분야에서도 다양한 사건사고들을 경험하였다. 가장 눈에 띄는 이슈로는 4차산업혁명을 주도한 1세대 위인들이 은퇴를 하였다. 지난 9월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를 일군 마윈회장이 전격적으로 은퇴했다. 알리바바는 빅데이터 기반 전자상거래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였으며, 미국의 아마존과 함께 전 세계 유통시장을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큰 변화의 주인공인 마윈이 갑자기 무대에서 내려갔다.

지난 3일에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동반 은퇴를 선언하였다. 구글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의 창시자라고 평가를 받는다. 1998년에 스탠포드 대학원생이었던 래리와 세르게이는 친구 집 차고에서 1700달러로 구글을 창립하고 강력한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검색시장에 뛰어들었다. 21년만에 구글의 시가총액은 8933억달러로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하였다.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 기존의 검색 회사를 물리치고 현재 미국에서 거의 유일한 검색회사로서 검색을 넘어서 지메일, 유튜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 우리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4차산업혁명의 과실을 사회 곳곳으로 전파하고 있다. 래리와 세르게이가 없는 구글이 4차산업혁명의 생태계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세돌도 은퇴했다.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유일하게 승리한 바둑기사가 알파고와 함께 무대에서 사라졌다. 바둑시장은 알파고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리는데, 알파고 이전의 바둑에는 전설과 무용담이 넘쳤다면 알파고 이후의 바둑은 프로그램들이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이세돌이 은퇴대국으로 국내 최고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한돌과 기념대국을 한다. 이세돌이 2점을 깔고 둘 정도로 이제 바둑은 사람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 같다.

4차산업혁명이 성장통을 경험한 해로도 기억될 것이다. 특히, 공유경제관련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우버는 누적되는 적자로 휘청거리고 있다. 4년간의 누적적자가 1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또한 상호이익이라는 공유경제의 취지에 맞지 않게 관련 노동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버 운전자들의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호주에서는 6000명이 넘는 기존의 택시기사들이 우버에 집단소송을 걸었다. 손정의 씨가 거액을 투자해서 우리에게 알려진 사무공간 공유서비스 업체인 위워크는 수익성 우려로 상장에 실패했으며 사업가치는 10분이 1로 급감하였다. 이래저래 공유경제가 안팎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4차산업혁명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특히 정치적 논쟁으로 4차산업혁명의 추동력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데이터 3법의 국회통과 실패, 플랫폼 택시 ‘타다’의 기소 등은 여러 사정이 있겠으나, 우리나라 4차산업혁명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제조업으로 성장한 배경 때문인지 반도체, 5G 등의 하드웨어 분야에 대한 혁신에는 사회적으로 매우 관대한 반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4차산업혁명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2019년도는 4차산업혁명의 1세대가 저물고 2세대가 시작되는 해인 것 같다. 1세대 주요 인물들이 은퇴를 선언했고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다. 관련 기술들의 성과보다는 가짜뉴스,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회적 이슈가 더 회자되고 공유경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세대도 제대로 시작하지 않은 듯한데, 벌써 국제적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선다.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특단의 조치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아주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새해에는 4차산업혁명의 새로운 세대를 위한 창발적인 사회적 합의를 아주 간절하게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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