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재정 ‘둑’ 무너지면 회복 불가, 건전성 관리 시급…정부·정치권 외면에 재정건전화법 자동폐기
경기침체로 세수부진·재정악화 악순환 우려…2023년 한해 재정적자 100조원 육박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경제활력을 위한 정부의 재정확대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이것이 세수 감소와 재정 악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증세 등을 통한 세입 보강이나 보다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외면으로 국회에 제출된 재정건전화법이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운명에 있는 등 이를 위한 의지는 실종된 상태다. 재정 악화의 잠재적 ‘시한폭탄’인 국민연금 등 연금개혁도 지지부진해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남유럽식 재정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렵게 쌓아올린 재정건전성의 ‘둑’이 한번 무너지면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들어 재정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정부가 내년은 물론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속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 8월 국회에 제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정부는 이 기간 재정지출을 연평균 6.5% 늘릴 계획이다.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으로 편성하고, 이후 증가속도를 낮춰 2021년 6.5%, 2022년 5.2%, 2023년엔 5.0% 늘려 편성할 방침이다.

이러한 지출 증가속도는 재정수입의 핵심인 세수 증가속도(5년 평균 3.9%)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특히 내년의 경우 세수가 올해보다 소폭 감소(-2조8000억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제활력을 위해 지출을 43조9000억원 늘리도록 예산을 편성했다. 이후에도 세수가 매년 20조원 안팎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출은 매년 30조원 안팎씩 늘릴 계획으로, 적자가 계속 쌓이는 구조다.

이로 인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37조6000억원에서 내년에 72조1000억원으로 급증하는 것을 비롯해 2021년 81조8000억원, 2022년 85조6000억원에 이르고 2023년에는 90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2008~2012년) 5년간 재정적자가 98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2013~2017년) 당시 재정적자가 129조8000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 증가다.

재정적자는 국가채무의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앙·지방 정부 채무를 합한 국가채무가 올해 740조8000억원에서 내년에 805조5000억원으로 800조원을 돌파하고, 2022년에는 970조6000억원, 2023년에는 1061조3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세입 전망이 낙관적이라며 자체 세입전망을 토대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23년 정부 전망보다 4조1000억원 악화된 94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2023년 국가채무도 정부 전망보다 12조9000억원 더 확대된 1074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의 재정건전화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20대 국회에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기재부가 제출한 재정건전화법을 비롯해 4건의 재정준칙 법률안이 제출돼 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아 자동폐기될 운명이다. 재정건전화법에는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3% 이내)과 국가채무 한도(GDP의 45% 이내) 등이 규정돼 무리한 재정확장을 차단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당장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지만, 이런 과속 주행이 계속될 경우 재정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위기의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 재정건전성의 ‘둑’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