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국, 세계인구 2/3 유전체 분석, 정밀의학 미래 주도한다
마크로젠-분당서울대병원 컨소시엄 성과
게놈아시아팀, 민족별 약물 반응 차이 규명
소비자직접의뢰 유전자분석 사업 세계화 초석
그간 아시아인 치료에 유럽인 게놈분석 의존
기존 1/3 유전체분석, 2/3를 한국주도로 채워
미국, 인도, 싱가포르 산학 연구진도 참여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심혈관 질환 환자에게 주로 처방되는 항응고제 ‘와파린(Warfarin)’은 어떤 환자에게는 잘 반응해 치료에 효과적이지만, 특정 유전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는 알레르기 등 약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와파린의 경우,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또는 몽골인과 같은 북아시아 조상을 가진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마크로젠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주도하고 싱가포르 난양기술대(NTU), 인도 유전체 분석기업 메드지놈, 미국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테크 등이 참여한 국제 컨소시엄 ‘게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64국 219개 민족의 유전체를 분석한 ‘아시아게놈’ 논문이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한 것은 세계 의료계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세계 인구의 58%를 차지하는 아시아인은 물론 아시아계에 조상을 두고 이주를 거듭해 전세계에 퍼져 살고 있는 사람들, 즉 세계인구의 2/3에 해당하는 인류의 질병 원인을 규명하고 유전자 분석을 통한 정밀의학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시아인 질병 연구에 있어 기존의 유럽인 유전체 DB가 아닌 아시아인 유전체 DB를 새롭게 구축·활용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하며, 반쪽이었던 유전체 분석의 나머지 반쪽을 채웠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인도 598명, 말레이시아 156명, 한국 152명, 파키스탄 113명, 몽골 100명, 중국 70명, 파푸아뉴기니 70명, 인도네시아 68명, 필리핀 52명, 일본 35명, 러시아 32명 등 총 1739명에 대한 전장 유전체를 분석하고 이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아시아에 거주하는 약 142개의 종족에게는 이전 연구들에서 밝혀진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유전적 특성이 존재하며, 이를 기반으로 와파린의 민족 별 유효성 차이 등 민족별 주요 약물에 대한 반응이 다름을 규명해냈다.

헝가리, 핀란드에서 한국, 일본에 이르는 거리는 멀지만, 다소간 유사성이 발견된다. 네이처지에 게재된 연구진의 219개 민족의 특성과 혼합성 분석을 보면, 유럽인과 인도인 사이에는 어느정도 유사성이 발견되며, 한국, 중국, 일본, 몽골인들의 특성은 매우 비슷하다. 문화적으로는 인도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인도네시아-말레이는 오히려 민족 특성상 필리핀, 오세아니아와 유사성이 많았다.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 동북아 민족의 특성은 인도-서남아시아의 북쪽 중앙아시아에서도 나타나고 유럽 일부에서도 극동의 특성이 조금 비쳤다.

‘The GenomeAsia 100K Project enables genetic discoveries across Asia’라는 제목의 이번 연구는 한국의 분당서울대병원과 생명공학 기업 마크로젠이 주도하고, 64개국 219개 종족(아시아 142개 종족)을 대상으로 이뤄져 세계적으로 공개된 아시아인 유전체 데이터 중에서 가장 크다. 즉 그동안 유럽인 데이터중심의 불완전한 유전체 분석이 우리 산학기관에 의해 완전체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서정선 분당서울대병원 석좌교수 겸 한국바이오협회 회장(마크로젠 회장)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서정선 서울대 석좌교수(한국바이오협회장, 마크로젠회장)는 “북방계 몽골 부족부터 남방계 인도네시아 작은 섬의 고립 부족에 이르기까지 각 종족별로 25명 내외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해 아시아 인종의 기원적 특성을 분석하고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아시아인은 물론, 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을 이어받은 전 세계 모든 인종을 대상으로 맞춤형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는 뜻을 전했다.

연구진은 어족과 민족의 이동이라는 문화인류학적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연구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어와 같은 어족은 가까이는 일본어에서 부터 시베리아 퉁구스어, 만주어, 몽골어, 터키어, 우즈베키스탄어, 아르메니아어, 헝가리어, 핀란드어에 까지 이른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스키타이, 흉노, 선비, 유연, 돌궐, 위구르, 거란, 티무르, 무굴, 셀주크, 오스만, 즉 중국 북부, 인도 북부, 중동 일부 종족, 러시아 동남부도 비슷한 민족적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말레이-인니, 필리핀, 오세아니아 원주민이 비슷한 특성은 보인다는 점은 중세 이후 문화교류와는 별개로, 수천년전 민족의 이동과 교류의 역사와 대체로 일치한다.

의외로 인도계는 유럽인과 적지 않은 유사성을 보였다. 유전자는 몇백년만에 확 바뀌는 것은 아니다.

‘네이처’지에 게재된 논문 중 219개 민족의 특성과 혼합성을 12개 범주로 나눈 그래픽. 황색-황토색 계통은 유럽인-인도인, 초록색 계통은 한국, 중국, 일본, 몽골인으로, 두 그룹 사이에 차이를 보인다. 보라색은 말레이-필리핀-오세아니아 민족이다. 중앙아시아도 한중일몽과 유사성이 나타났고, 유럽과 서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극동과 유사한 특성이 조금 비쳤다.

이번 연구의 한 축인 마크로젠의 행보가 분주해졌다. 지난 2016년 10월 세계 최고 정밀도의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를 완성해 네이처 본지에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아시아인 유전체 분석 결과를 네이처 본지에 게재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십만 명 또는 수백만 명의 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축할 때 마크로젠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종별 특성을 반영한 소비자직접의뢰(Direct-to-Consumer,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국내는 이미 시행중이고, 향후 전세계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국가별, 인종별로 특화된 임상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클리니컬 게놈 슈퍼마켓(Global Clinical Genome Supermarket, GCGS)’ 사업도 크게 확장될 전망이다. 세계 임상진단 시장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게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 컨소시엄은 이번 1차 연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며, 앞으로 아시아 전 지역에서 최대 10만 명의 유전체 분석을 완료하여 그 성과를 전 세계 정밀의학 연구진 및 의료진을 위해 공개할 계획이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