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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공보관 “아는게 없다”…檢 취재 ‘먹통’
인권감독관 수사상황 모르고
언론-검찰 가교역할 하는 셈

“아는게 없다”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훈령)이 시행에 들어간 뒤 첫 평일인 지난 2일. 기자와 접촉한 서울 지역 검찰청 소속 ‘인권감독관’들이 내놓은 말이다. 법무부는 새 훈령을 통해 인권감독관을 언론 창구로 통일시켰다. 서울의 한 검찰청 인권감독관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인권감독관을 공보관으로 한 이유는 수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기자들로부터 여러차례 전화를 받았지만 아는 게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문의전화 오면 ‘아는 게 없어서 답 못해드립니다’, ‘규정상 답 못해드립니다’고 안내한다”고 덧붙였다.

2일 본지와 통화한 서울 북부지방검찰청, 서부지방검찰청, 동부지방검찰청, 남부지방검찰청의 인권감독관 모두가 “알려줄 것이 없다”고 했다. 실제로 감독관들은 검찰의 수사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들이 담당한다.

과거 검찰 지휘부인 차장 검사는 검찰 내 사건 회의에도 참석해 수사 진행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새 감독관들은 검찰 내부 회의 참석이 불가능하다. 아는 것이 없어서 기자들에게 맞다 아니다 확인도 불가한 이들이 언론과 검찰 사이 가교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한 인권감독관은 기자가 전화를 통해 취재를 요청하자 “구두로 이렇게 공보하거나 사건을 설명하는 것은 못하게 돼 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거 같다”고 했다. 이 인권감독관은 “전화로 말씀드리긴 어려울 거 같다. 전화를 주셔도 제가 드릴 말씀이 거의 없다”며 “사실 저도 답답하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법무부 훈령에 따르면 취재기자는 검사와 직접적인 접촉하면 안된다. 대신 인권감독관을 통해서만 취재가 가능하다. 인권감독관은 법무부가 지난 8월부터 신설한 직제로, 일반 사건을 배당받지 않으며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관련 진정 사건, 내부 구성원의 비리에 관한 감찰 사건 등을 전담한다. 인권감독관은 법무부 훈령 제정에 따라 그동안 차장검사가 맡아오던 공보 업무를 맡게 됐다.

검찰은 ‘공보’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만 취재에 응한다. 중요사건을 선발해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거기서 기소전 수사상황의 공개여부가 결정되면 공개하는 식이다. 청와대의 ‘유재수(55·구속)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열리는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가 첫 사례가 됐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권력에 대한 언론감시의 문제가 핵심”이라면서 피의사실공표죄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피의사실 공표죄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며 “법을 개정해서 피의사실 공표가 가능한 예외조항을 만들어도 이에 대한 판단문제가 생길 수 있다. 훈령 개정이 아니라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병국·김성우·정세희 기자/c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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