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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부 평정하고 1부 돌풍 꿈꾸는 '광주FC와 박진섭 감독'
2018 광주서 감독 데뷔…첫해 5위·올해 우승컵 지도력 입증
1부 생존 위해 휴가중에도 내년 구상…'잔류+상위스플릿 목표'
박진섭 감독이 부임 2년만에 광주 FC를 1부에 승격시키며 2020년을 고대하고 있다./사진=광주FC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어쩌면 올해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한명은 그일지도 모른다. 대표팀과 K1, 해외축구에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이 쏠려 있었지만, 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선수들을 이끌고 최고의 자리, 우승과 1부승격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냈기 때문이다.

올해 K2리그에서 시민구단 광주 FC에 우승컵을 안기면서 2020시즌 K1으로 승격시킨 박진섭(42)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어지간한 축구팬이라면 '꾀돌이' 혹은 '둘리'라는 별명과, '좌영표 우진섭'으로 불리던 대표팀 풀백 박진섭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울산 성남 부산 미포조선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박 감독은 2017시즌을 마친 뒤 2부로 강등된 광주FC에서 처음으로 감독경력을 시작했다. 부산과 포항에서 코치를 역임했지만 감독은 처음이었고, 주위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팀을 잘 추슬렀고 첫해 5위로 마친 뒤 1위 아산의 승격자격 박탈이란 행운 덕에 승격플레이오프까지 치렀다. 데뷔 첫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었다.

2부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 광주 FC선수들이 박진섭 감독을 헹가래치는 모습./사진=광주FC 제공

그리고 맞이한 올해. 박 감독과 광주 FC의 기세는 무서웠다. 이랜드와의 개막전을 2-0으로 승리한 뒤 7월 14일 이랜드전까지 무려 1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당시 개막전 승리때 입었던 겨울양복을 경기가 끝날 때마다 세탁해 한여름까지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10월 2위 부산이 패하면서 21승10무5패(승점 73)의 최종성적으로 감격적인 2부 우승과 1부 승격의 기쁨을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격렬했던 1년을 마친 뒤 모처럼 한가한 휴가를 즐기고 있던 박 감독을 지난 주 만났다. 박 감독은 "1월2일까지 팀이 휴가를 보내고 순천에서 동계훈련을 하다 전지훈련로 옮겨 땀을 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태국과 터키 등을 놓고 고민중이다.

가족과 해외 여행이라도 떠날 계획을 세웠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박 감독은 "혼자 두 딸을 돌보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모처럼 시간내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는데 아이들 공부때문에 긴 여행을 못간다고 해서 국내 스키장으로 다녀올 생각"이라며 "나야 큰 돈 안들어서 좋지만 아쉽더라"며 웃었다.

박 감독에게 지난 2년은 힘들었지만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팀들과 달리 원하는 선수를 데려오기도, 몸값이 상승한 선수를 붙잡기도 어렵고 시민구단 특성상 예산이 한정돼 있어 인프라도 k1 상위팀들에 비하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잘 해줬고, 나 역시 이런 여건 속에서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 K2리그 3관왕(MVP 득점상 베스트11)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멤버였던 팀의 중심선수 나상호가 전술상으로는 꼭 필요했지만 구단운영을 위해 이적을 시켜야했던 것도 시민구단의 한계이자 생존법이다. 박 감독은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을 잘 활용하다가, 몸값이 오르면 외국이나 국내 타팀으로 이적시키면서 확보한 자금으로 재정적인 안정을 꾀해야하는 것도 작은 구단들은 감당해내야한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의 취미아닌 취미는 드라이브다. 답답하거나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을 하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생각이 정리된다고 한다. 2년간 광주FC를 맡으면서 광주 목포 등을 오가며 맛있는 음식들을 먹다보니 입맛이 변해 이제 김치도 공수해서 먹어야할 것 같다고.

박 감독의 2020년은 기대와 부담이 교차하는 시즌이 될 수 밖에 없다.

1부리그는 2부리그보다 한 단계 위의 선수들이 즐비하고 외국인선수들 역시 수준이 높다. 맞서야할 팀들 역시 모기업의 두둑한 지원을 받고 있어 더 좋은 여건에서 경기를 준비해 상대하기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광주 역시 내년부터는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를 갖게 된다. 그동안 목포축구센터를 숙소로 이용했지만 내년에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뛸 수 있을 전망이다.

박 감독은 “1부는 경기 수준이나 템포가 2부와는 다르다. 용병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고 시즌 전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한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내년 1부 잔류를 기본 목표로 삼으면서 상위스플릿 진출을 노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조직력과 공수의 밸런스가 잘 갖춰진 축구다. 화려한 공격도 좋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탄탄한 팀을 만들어 1부의 벽을 뚫어볼 작정이다. 초보사령탑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부임 2년만에 광주FC를 1부에 올려놓은 박 감독이 2020년 1부에서도 신선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활약이 기대된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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